마지막 편지 09-04 하양이24 9,821 15 마지막 편지 필생에 한 번 혼자서만 좋아하고 잊어야 하는 삶의 징벌 쓰기도 하여라 정작으로 돌아서야 할 시간에는 변두리만 돌다가 다시 돌아서 버리는 건망증 부치지 못할 편지는 쓰지도 말자면서 돌아서는 법을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연습하지만 완성될 줄 모르는 편지는 너에게 도달되지 않고 …
즐거운 무게 09-04 하양이24 9,597 5 즐거운 무게 무겁게, 더 무겁게 네 무게를 내 삶에 담으마. 너를 끌어당기는 힘을 버리고 지독한 어둠 속에서 유영의 홀가분함을 즐기는 것보다도 나는,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가 그 무게가 더 즐겁다.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무게를 갖듯 우리는 …
널 뜯어먹지 않고 09-04 하양이24 9,827 18 하늘에게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 내는 것을 용서하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 속에서 보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
가을을 좋아하는 어느 소녀 09-04 하양이24 9,558 16 차마 숨겨둔 말 한 마디 오늘도 아름다운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하고 싶던 사랑한다는 말은 숨겨두고 하늘을 볼 때마다 그대의 생각이 난다고만 합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아름다움을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그대를 믿기 때문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믿기 때문이며 가을을 좋아하는 …
눈물보다 더 투명한 09-04 하양이24 9,669 9 진정 부질없는 것은 진정 부질없는 것은 사랑을 하는 일일까 사랑을 잊는 일일까. 지금의 이 상처는 무엇을 뉘우치기 위한 아픔일까 어떤 사랑을 잊기 위한 몸부림일까 나도 너도 서로도 아닌 오직 우리라 말하며 둘만의 나눔속에 감추어진 이기의 행복을 나란히 걷던 날들이. 부질없는 일이었을까.…
훈훈한 사랑의 빛을 09-04 하양이24 9,580 8 때때로 인생은 그러나 암흑과 근심으로 하여 훈훈한 사랑의 빛을 남 몰래 지니고 있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헤메이고 있다. 젖은 손 위에 엎드려 밤마다 우는 사람들을 나는 안다. 그들은 캄캄한 벽이 보일뿐 빛은 하나도 없다. 괴로움에 얽혀 갈피를 못 잡는 많은 사람들을 나는 안다. 그들의 …
얼굴 묻고 울어도 좋을 09-03 하양이24 9,629 20 바람으로 살아라 너, 그렇게 바람으로 살아라. 수 억년을 헤메돌다 남해바다 따쓰한 모래밭 사각이는 모래틈에 얼굴 묻고 울어도 좋을 그런 바람으로 살아라. 해가 뜨고 노을 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남해바다 외딴섬 동백의 눈매를 닮은 불 붙는 바람으로 살아라. 언제나 일렁이는 그 가슴 풀…
눈물 짓지 않는다면 09-03 하양이24 9,511 13 꽃잎 지던 날 기다리자. 꽃대에서 새순이 돋고 기억처럼 꽃들이 웃는 그 날을. 절망이 다시 절망을 잉태하도록 눈물 짓지 않는다면 꼭같은 모양과 색깔의 꽃잎을 꿈꿀 수 있다. 진실로 안타까운 것은 웃음이 꽃잎처럼 떨어지는 날 허탈한 심정으로 너무 쉽게 한숨 짓는 우리들의 습성이다. 이들은…
바람 속을 걷는 법 09-03 하양이24 9,582 14 바람 속을 걷는 법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
어느 날 갑자기 09-03 하양이24 9,594 11 어딘가에서 올 지도 모를 문 열면 가슴이 저린 날 문 닫은 우체국 소인이 찍힌 투두둑 봉투 뜯는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당혹한 고백을 사랑했었다는 지금은 완료된 과거분사로라도 내 가당찮은 희망을 그려보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씩 붉어져 가는 잎새나 어쩌다 …
기다림으로 부르르 09-03 하양이24 9,645 18 겨울 숲에서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눈이 쌓…
얼마나 허세인가 09-03 하양이24 9,620 14 먼 하늘 난 그저 웃고 말뿐, 먼 하늘을 쳐다보는 것으로 그 말을 대신하고자 했네. 그대 앞에서 사랑이란 말은 또한 얼마나 허세인가. 내 가슴 떨림에 비한다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그러나 어인 일인가, 돌아오는 길이 이리도 허전함은. 사랑한다는 말은 끝내 접어두고서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