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08-24 하양이24 9,424 16 메밀꽃 우레가 치고 폭우가 질 때 풍경이 울지 않아도 두려움에 떨지 않겠습니다 칠흑 같은 인습에도 조강지처 나즉한 웃음 대쪽같은 절개를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건 긴 세월 침묵에도 순결할 수 있음입니다 맨살의 안개 깊은 밤 달빛에도 의연할 수 있음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함은 내…
사랑의 이름으로 08-24 하양이24 9,450 14 사랑의 이름으로 이 화사한 계절에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거든 서로 상처받지 않을 거리에서 더욱더 고독해지는 연습을 하십시오 사랑은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서로 낮추며 영혼 속으로 들어가 진실의 문을 두드리며 침묵 속에서 서러운 용서에 자신을 창조하며 죽어갈 청춘 앞에 엎드려 참혹한…
설레이는마음 08-24 하양이24 9,584 11 아카시아가 필 무렵 설레이는마음 흡입하여 꽃속에 알알이 매다네 몽환적인 사랑 주렁주렁 담고 미소짓는 그대 모습 빛부심으로 황홀하네 숲속에 새들 노래하는 위로 바람은 꽃잎 물고 나는데 꽃향기는 산속에 젖어 드네 우리사랑 아키사아 향기 되어 피어 나네 아카시아 향기는 매혹으로 다가와 은행특…
내 정원에는 08-24 하양이24 9,554 17 그렇게 나는 살아있다. 목향..홀라리오페페.. 천리향..소브인디아.. 산호수..아라오카리아.. 긴기아나..고도소피아.. 쟈마이카..홍선인장.. 치자..사랑초..바이올렛... 내 정원에는 천리향, 치자 보다 긴기아나의 향기가 더욱 짙다. 창밖 산능선으로 기어가는 황토빛 오솔길 그늘 아래로…
거기 길이 보인다 08-24 하양이24 9,522 7 낡은 그림 속의 비밀 거기 길이 보인다는 것 혹은 흙먼지 긁은 바람소리 뿐이라는 것 그 깊은 비밀을 몰래 꼭 붙든 채 딱딱한 네모진 바닥에 종이단 받쳐 애써 참는 그림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말 없는 午後 길 끝은 우거진 풀떨기에 묻혀 까맣게 숨어있다 이미 주인 없는 텅 빈 고향집 길 바…
봄바람 속에는 08-24 하양이24 9,459 15 저 산너머에서는 봄바람 속에는 유년의 조약돌같은 추억이 함께 묻어 오더라 병정놀이, 소꿉놀이 아삼하고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누이의 젖가슴같은 연두빛 파도가 밀려 오기도 하고 어머니 속곳같은 배추흰나비 날아 오르기도 하지 있잖아 때론, 그녀와의 뜨거운 밀회가 숨가쁘게 몰려오기…
솜털 은밀한 고치 속에 08-23 하양이24 9,566 11 목련 어머니 가슴살을 더듬는 아가 손 같이 목련 꽃 활짝 핀 허공에서도 순결한 뜻이 풍긴다 솜털 은밀한 고치 속에 기다림 마저 날이 밝기도 전에 환한 목련의 하루는 울긋 불긋한 꽃 동산 어디서나 압권이다 권위있는 나무 집에 태어나 기쁨에 하얀 분살이 올라도 목련꽃은 우러러 보기에 알맞다…
두고 갈것은 아예 08-23 하양이24 9,671 6 삶의 먼 발치에서 삶의 먼 발치에도 벌은 윙윙 울어 나는 혼자 있어도 겁이 없어라 인생은 어디로 향해 있기에 절레 절레 고개 흔들며 구겨지는 마음 두고 갈것은 아예 두고 왔느니 돌아 설 까닭이 없다마는 산은 차분히 길을 내어주고 그립다 못해 피어난 꽃이 그 길에 안개 잦아들자 속으로 젖…
보는것만으로도 08-23 하양이24 9,621 6 선착장에서 보는것만으로도 시린 겨울바다는 온몸으로 물너울을 일으키며 찬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이름 모를 어부의 배 한척이 적막한 겨울바다 한귀퉁이에서 물너울에 온몸 실어 깊은 외로움을 밀어내듯 한다 허름한 선착장 주변 입간판에 새겨진 이름은 어디론가 가버린 다방은 그 입구마저 시꺼먼 어둠…
마음은 꽃 단장을 08-23 하양이24 9,642 16 벚꽃 길 벚꽃이 붐비는 기억에 무게를 실어주는 시절은 갔어도 마음은 꽃 단장을 했음직하다 즐거워서 걷던길도 끝에 가서 뒤 돌아보면 보는 이 없는 아름다움에 아쉬움이 짙다 벚꽃나무는 길을 열어 명성을 얻고 무리 지어 더욱 돋보이기로 화합은 그렇게도 화사하다 아련한 위안으로 늙어가는 나무에…
지상의 작은 성곽이 08-23 하양이24 9,533 13 방황하는 도시 지상의 작은 성곽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울부짖는 소음은 온 밤을 부수며 광란으로 몸부림친다 머무를 수 없는 거리에 이방인의 외로움은 어느 불빛도 잡을 수 없어 천상과 지상의 불협화음에 눈, 귀 어두워 지고 갈길 찾지 못하는 방황의 발목이 시려워 어두운 골목길 한켠에 우두커니…
목련꽃 지던 날 08-23 하양이24 9,820 10 목련꽃 지던 날 바람이 들추어낸 치맛폭 안으로 꿀벌 한 마리 졸라대며 동거 하자더니 단물 빨아먹고 미련없다 떠나네 기진맥진 목련꽃 달빛에 젖어울다 한 세상 저 멀리 윤회의 길 떠나는데 나는 아직도 봄비 맞으며 여기, 목련나무 아래 서성이고 있네 별빛 내려와 사정하던 새벽 목련꽃 몽올몽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