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손, 木手》
- 기간
- 2026.11.03~2026.11.22
- 시간
- 09:00~21:00
- 장소
- 남산골한옥마을 이승업 가옥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34길 28 (필동2가, 남산골한옥마을)
- 휴관
- 매주 월요일
- 작가
- 스튜디오 이스트×이스트(studio EAST×EAST) - 조동호최동은
축적된 손, 木手
나무에 새겨진 시간, 전통 목수의 기술과 현대 공예의 만남
나무를 다루는 일은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뭇결의 방향과 단단함, 수분에 따른 변화, 힘을 받는 구조를 살피는 과정에는 오랜 경험과 숙련이 필요하다. 목수의 손은 이러한 지식을 실제 형태로 옮기는 도구이자, 재료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감각의 주체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축적된 손, 木手》는 전통 목수의 기술이 오늘날 현대 공예와 디자인의 언어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탐구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2026 남산골 아트 프로젝트 〈겹, Layer-層〉의 세 번째 선정 전시로, 현대 공예 스튜디오 이스트×이스트(studio EAST×EAST)의 조동호와 최동은이 참여한다. 두 작가는 조선 말기 도편수 이승업이 지은 한옥을 무대로 전통 목공 기술을 동시대의 조형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과거의 건축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공간에서 오늘날의 공예 작업을 만난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전시가 열리는 이승업 가옥은 그 자체로 목수의 기술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한옥의 기둥과 보, 처마와 창호에는 나무의 특성을 고려한 구조적 판단과 제작 방식이 담겨 있다.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부재는 독립된 형태를 지니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공간을 완성한다. 이곳에서 목공 기술은 단순한 장식이나 제작 기법이 아니라 건축을 지탱하고 생활의 공간을 형성하는 원리로 존재한다.
전시 제목의 '木手'는 나무를 다루는 손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면서, 숙련된 기술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손의 움직임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안에는 반복된 작업을 통해 체득한 경험이 축적된다. 어떤 부분을 깎고 남길 것인지, 재료의 저항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서로 다른 부재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도면이나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적 지식에 속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 목공 기술의 현대적 계승은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복제하는 일과 구별된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이 지닌 구조적 원리와 재료에 대한 이해를 오늘날의 생활과 미적 감각에 맞추어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스트×이스트의 참여는 전통을 고정된 양식으로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현대 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오래된 기술과 대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
목재는 다른 조형 재료와 구별되는 고유한 시간성을 지닌다. 나무는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결을 간직하고 있으며, 가공된 이후에도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목공 작업에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술뿐 아니라 재료의 변화에 대응하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은 완성된 결과물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제작 과정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전시가 속한 남산골 아트 프로젝트의 주제 〈겹, Layer-層〉 역시 이러한 시간의 축적과 연결된다. 이승업 가옥에는 조선 말기 목수의 기술과 생활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공간에 현대 공예가의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다. 서로 다른 시대의 제작 방식은 하나의 장소에서 만남으로써 전통과 현대를 단절된 시간으로 구분하지 않도록 한다.
관람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품과 한옥의 관계다. 전통 건축의 기둥과 마루, 창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대 공예의 형태와 제작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축을 이루는 목재와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를 함께 살펴보면, 같은 나무라도 쓰임과 구조, 제작자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조형적 성격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축적된 손, 木手》는 전통 목수의 기술을 지나간 시대의 유산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나무를 이해하고 다루는 과정에 담긴 지식이 새로운 제작 환경과 만나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승업이 지은 한옥과 이스트×이스트의 현대 공예가 만나는 자리에서 관람자는 물질에 남겨진 손의 흔적과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발견하게 된다. 전통의 지속은 형태의 반복만이 아니라, 재료를 대하는 태도와 기술을 새롭게 사용하는 실천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참고문헌
전통문화포털, 「2026 남산골 아트 프로젝트 〈겹, Layer-層〉 세 번째 선정 전시 《축적된 손, 木手》」, 2026.
남산골한옥마을, 「2026 남산골 아트 프로젝트 〈겹, Layer-層〉」 사업 안내, 2026.
뉴스앤넷, 「38대 1 뚫은 신진작가들, 100년 한옥을 깨운다…남산골에 쌓이는 ‘예술의 겹’」, 202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