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글작성하기

뒤로
전시 중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기간
2026.10.20~2026.12.20
시간
매주 화 – 일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장소
성북구립미술관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4 (성북동, 성북구립미술관, 글로벌빌리지센터)
휴관
매주 월요일 휴관
작가
서세옥서도호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한옥에 남겨진 손길, 두 예술가의 시간과 기억

집은 삶을 담는 건축물이면서 한 사람의 취향과 기억이 오랜 시간 축적되는 장소다. 문을 열고 닫는 동작, 마당을 지나가는 발걸음, 익숙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공간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한다. 성북구립미술관의 특별전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는 한국 현대 수묵화의 거장 서세옥(1929~2020)과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1962~)가 공유한 성북동 한옥을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 시작된 두 예술가의 서로 다른 조형적 사유를 살펴본다.

이번 전시는 '2026 제1회 성북아트위크: 집, 이어진 숨결'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부자 관계인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단순한 가족사나 예술적 영향 관계를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한옥이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통해 전통적인 수묵의 세계와 현대적인 공간 작업이 어떻게 만나고 갈라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1부 '집, 사유와 기억의 공간'은 서세옥이 1970년대 성북동에 지은 한옥 '무송재(撫松齋)'에 주목한다. 창덕궁 연경당을 본떠 지은 이 집은 작가의 주거공간인 동시에 예술적 사유가 이루어진 장소였다. 서세옥은 괴석과 불상 등 자신이 애호하던 기물을 가까이 두고 감상하며 문인적 삶의 태도를 실천했다. 집의 구조와 정원의 배치, 그 안에 놓인 사물들은 작가가 자연과 전통을 이해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러한 생활의 흔적은 〈남향집〉, 〈동네〉, 〈수선과 괴석〉 등의 작품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1977년작 〈남향집〉은 종이 위에 먹과 색을 사용해 집이라는 친숙한 대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건축적 형상은 단순한 주거공간의 재현을 넘어 작가가 생활 속에서 체득한 공간 감각과 조형적 질서를 떠올리게 한다. 서세옥에게 전통은 과거의 형식을 반복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하는 미적 태도였다.

서도호는 이 한옥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6년 신작은 성북동 집의 문과 현판, 담벼락의 문양, 정원의 석조물 등 건축적 요소를 탁본한 작업이다. 아버지가 직접 도안을 만들고 손길을 남긴 부분을 아들이 다시 종이에 옮기는 과정은 단순한 형태의 복제를 넘어선다. 표면에 종이를 밀착시키고 문질러 흔적을 얻는 탁본의 행위는 전시 제목인 '어루만지다'의 의미를 물질적으로 구현한다.

2부 '사람과 존재, 이어지는 시간'에서는 두 작가의 관심이 집이라는 장소에서 인간과 관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서세옥의 '인간' 연작은 간결한 먹선과 반복되는 형상을 통해 개별적인 인간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한다. 〈사람들〉과 〈춤추는 사람들〉에서 인물은 세부적인 외형보다 몸의 움직임과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는 조형적 기호에 가깝다. 먹의 농담과 선의 리듬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와 결속,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을 표현한다.

서도호의 〈카르마〉 연작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다른 재료와 구조로 전개한다. 이어지는 인물의 형상과 유기적인 실선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 그리고 개인을 넘어 축적되는 시간을 연상시킨다. 특히 서세옥의 〈기다리는 사람들〉과 서도호의 〈카르마〉가 나란히 놓인 장면에서는 두 작가가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를 통해 인간의 연결성을 탐구해 왔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길이 약 3미터의 서도호 작품 〈나의 집들〉은 그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집과 이동, 정체성의 문제를 다시 환기한다. 서도호에게 집은 한 장소에 고정된 건축물인 동시에 기억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구성되는 공간이다. 이러한 관심은 성북동 한옥에서 성장한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지만, 특정한 가족의 기억을 넘어 이주와 이동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감각으로 확장된다.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에서 두 작가의 관계는 계승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세옥이 먹과 여백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인 형태를 탐색했다면, 서도호는 건축의 흔적과 물질적 접촉, 반복되는 인물의 형상을 통해 기억과 존재의 관계를 가시화한다. 이 전시는 두 작업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를 함께 살피며, 하나의 집이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를 탄생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성북문화재단·성북구립미술관, 「성북구립미술관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 개최」, 2026.

아트그램, 「2026 성북아트위크 특별전시 │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2026.

연합뉴스, 「서세옥·서도호 부자 첫 동반 전시…성북아트위크 20일 개막」, 2026.

#서세옥 #서도호 #어루만지다 #성북구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 #한국화 #수묵화 #현대조각 #설치미술 #공간과기억 #집과정체성 #부자작가전 #서울전시 #성북구전시

전시 위치

성북구립미술관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4 (성북동, 성북구립미술관, 글로벌빌리지센터)

지도에서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