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진 작품전 《낮달 — 압록강의 기억》
- 기간
- 2026.09.18~2026.11.15
- 시간
- 화~일요일 09:30~18:00 / 입장 마감 17:30
- 장소
- 인제내설악미술관
-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예술인촌길 66-12 (한계리)
- 휴관
- 매주 월요일
- 작가
- 신영진
신영진 《낮달 — 압록강의 기억》
강물에 흐르는 시간, 낮달에 새겨진 역사와 그리움
한낮의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밤의 달처럼 선명하지 않다. 태양의 빛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신영진의 회화에서 '낮달'은 이러한 존재의 특성을 통해 쉽게 보이지 않는 기억과 그리움, 역사적 시간을 환기한다. 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의 특별기획초대전 《낮달 — 압록강의 기억》은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낮달〉 연작을 중심으로, 압록강의 풍경에 담긴 개인적 경험과 한반도의 역사적 기억을 살펴보는 전시다.
신영진의 〈낮달〉 연작은 2014년 개인적인 그리움과 기다림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내면의 정서를 담아내는 회화적 모티브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와 분단의 현실, 평화에 대한 질문을 포괄하는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작가에게 낮달은 사라진 대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이자, 과거를 기억하면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기다리는 존재다.
이러한 작업의 중요한 배경에는 30여 년 전 작가가 경험한 압록강 2,000리의 여정이 있다. 당시 현장에서 마주한 강과 산, 사람들의 모습은 스케치와 사진, 기억의 형태로 남았다. 작가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압록강의 풍경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한순간의 경치를 재현한 풍경화가 아니라, 현장의 경험과 이후 축적된 기억이 만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압록강은 한반도의 북쪽을 흐르는 강이면서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경을 이루는 지리적 공간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의 맥락에서 이 강은 단순한 국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분단으로 인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북녘의 산하와 그곳에 남겨진 삶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신영진은 압록강과 백두산, 북녘의 풍경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상처가 한 장소에 공존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전시에 소개되는 〈낮달 — 두고 온 산하〉 연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두고 온 산하'라는 제목에는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산과 강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와 역사적 조건은 달라졌다. 작가는 풍경 속에 낮달을 배치함으로써 현재의 자연과 과거의 기억을 하나의 화면에 겹쳐 놓는다.
2026년에 제작된 대형 회화 〈낮달 — 압록강의 기억 — 뱃놀이(Boating)〉는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이다. 가로 244cm, 세로 100cm의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로 제작된 이 작품은 압록강을 둘러싼 작가의 시선을 넓은 화면으로 펼쳐 보인다. '뱃놀이'라는 제목은 강을 이동과 교류의 장소로 상상하게 한다. 동시에 오늘날 압록강이 지닌 경계의 의미를 떠올리면, 강 위의 움직임은 자유로운 왕래와 단절된 현실 사이의 긴장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 작품에서 나타나는 화면의 변화도 중요하다. 신영진은 넓은 색면과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 절제된 색채를 통해 풍경의 구조를 재구성한다. 자연의 세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산과 강, 물결과 운무를 독립적인 조형 요소로 다루는 것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공간을 구획하는 동시에 시선의 흐름을 만들고, 색면의 관계는 풍경에 깊이와 정서를 부여한다.
일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단순한 풍경의 부속물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산과 강이 인간의 생활과 역사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압록강을 추상적인 민족의 상징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실제 삶의 경험이 축적된 장소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 연작과 최근 회화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한 가지 모티브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한 낮달은 압록강이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만나 역사적 기억을 품게 되었고, 다시 평화와 공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관람자는 작품의 조형적 변화뿐 아니라 작가가 같은 풍경을 오랜 시간 다시 그려온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낮달 — 압록강의 기억》은 분단의 역사를 직접 설명하거나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기억의 문제를 환기한다. 희미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낮달처럼,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는 경험과 그리움은 회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신영진의 압록강은 과거를 간직한 장소이면서 앞으로의 평화를 상상하게 하는 풍경이다.
[낮달 - 두고 온 산하 - 압록강 잔물결ㅣ244x100x5cmㅣoil on canvasㅣ2024. 사진제공=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낮달 - 압록강 기억- 뱃놀이(boating)ㅣ244x100cmㅣacrylic & oil on canvasㅣ2026. 사진제공=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
[낮달 - 압록강 기억 - 봄봄봄봄!,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ㅣ244x100cmㅣoil on canvasㅣ2026. 사진제공=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낮달 - 압록강은 흐른다 - 북녘 산하가 보이는 압록강ㅣ162.2x130cmㅣoil on canvasㅣ2025. 사진제공=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낮달 - 압록강 기억 - 봄 바람 물결ㅣ162.2x130.3cmㅣacrylic & oil on canvasㅣ2026. 사진제공=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참고문헌
문화체육관광부, 「신영진 작품전 〈낮달 — 압록강의 기억〉」, 2026.
문화포털, 「신영진 작품전 〈낮달 — 압록강의 기억〉」, 2026.
강원일보, 「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 신영진작가 특별전 개최」, 2026.
강원도민일보, 「30여년 시간 고스란히 …그림으로 압록강 현재·과거 잇다」, 2026.
아트앤컬처, 「신영진 개인전 〈낮달-압록강의 기억〉」,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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