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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

《오윤》

기간
2026.08.08~2027.02.14
시간
화~금 10:00~20:00 / 토·일·공휴일 3~10월 10:00~19:00, 11~2월 10:00~18:00
장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1·2 및 라운지 1, 2층 라운지 2
주소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101 (평창동)
휴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 개관)
작가
오윤

오윤

민중의 삶을 새긴 칼끝, 기록으로 다시 만나는 오윤의 예술 세계

한국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 오윤의 작고 40주기를 기념하는 소장자료 기획전. 판화 원판과 습작, 드로잉, 노트 등 아카이브 300여 점과 작품 31점을 통해 민중의 삶과 신명을 담아낸 예술 세계와 창작 과정을 재조명한다.

예술은 시대의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고,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이 질문을 치열하게 탐구한 작가 가운데 오윤(1946~1986)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낸 민중의 고통과 저항, 공동체의 연대와 신명이 함께 자리한다. 오윤에게 미술은 현실을 외면한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조형적 실험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시대의 모순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실천이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오윤》은 작가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살펴보는 소장자료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의 조형적 성취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화 원판과 습작, 드로잉, 노트, 창작 도구 등 작가가 남긴 기록을 통해 작품이 형성되는 과정과 사유의 배경을 함께 탐색한다. 유족이 기증한 오윤 컬렉션 860건 가운데 아카이브 자료 300여 점과 작품 31점이 공개되며, 한 예술가의 작업실과 삶의 흔적을 통해 한국 민중미술의 형성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946년 부산에서 태어난 오윤은 서울대학교 조소과에서 수학하며 조형예술의 기초를 익혔다. 1969년 대학 재학 중 결성한 '현실동인'은 그가 일찍부터 현실과 예술의 관계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1970년대에는 전돌 작업과 목판화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고, 문학계와 출판계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표지화와 삽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에 참여하면서 그의 예술적 관심은 사회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으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오윤의 판화는 강렬한 흑백의 대비와 단호한 윤곽, 역동적인 인물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거칠고 굵은 선으로 형성된 인물들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삶의 무게와 감정의 긴장을 전달한다. 화면 속 사람들은 특정한 개인의 초상이라기보다 노동하고 고통받으며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사회적 현실에 대한 고발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판과 저항의 이미지 속에서도 인간을 향한 연민과 해학, 삶을 지속하게 하는 신명의 에너지가 함께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은 목판화라는 매체의 물질성과 깊이 연결된다. 판화에서 선은 단순히 화면 위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판을 깎아내는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남겨진 부분과 제거된 부분, 칼의 방향과 압력은 이미지의 구조를 결정한다. 오윤은 이 물질적 특성을 활용해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 사회적 긴장을 응축된 형태로 표현했다. 그의 판화에서 강한 윤곽과 과감한 생략은 시각적 효과를 위한 기법인 동시에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내는 조형적 선택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판화의 완성된 인쇄 이미지와 원판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1985년작 〈도깨비〉의 고무판화 원판은 오윤이 전통적인 상상력과 역동적인 형상을 어떻게 판각의 언어로 구현했는지 생각하게 한다. 도깨비라는 존재는 한국의 민간신앙과 설화 속에서 두려움과 익살, 낯섦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형상이다. 오윤의 작업에서 이러한 전통적 이미지는 과거의 문화를 단순히 재현하는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당대의 감정과 집단적 에너지를 담아내는 시각적 언어로 다시 나타난다.

원판을 바라보는 경험은 완성된 판화의 감상과 다르다. 인쇄된 이미지에서 강렬한 흑백의 대비로 나타나는 형상은 원판 위에서는 물질의 높낮이와 표면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관람자는 작가가 어디를 남기고 어디를 제거했는지, 선과 면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의 제작 과정을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는 판화를 복제 가능한 이미지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조각적인 행위와 물질적 노동이 축적된 예술로 이해하게 한다.

오윤의 예술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연희, 동학을 비롯한 전통사상, 민중시는 중요한 사유의 기반이었다. 그는 전통을 고정된 문화유산으로 취급하기보다 현실을 해석하고 새로운 공동체적 상상력을 형성하는 자원으로 받아들였다. 탈춤과 굿, 민중적 해학과 집단적 신명에서 발견되는 역동성은 그의 작품 속에서 독자적인 시각적 리듬으로 전환되었다. 고통과 억압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력을 발견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은 비판과 위로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전시는 오윤의 노트와 메모에서 발췌한 문장을 제목으로 삼은 여섯 개의 장을 통해 그의 삶과 창작을 따라간다. '개도치 오윤'은 대학 시절의 조형적 모색을, '땅에 넋이 있지라'는 근현대사의 상처와 민중의 삶을 감싸안으려 했던 예술적 태도를 조명한다.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에서는 이웃과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수행적인 작업의 면모를 살펴보며, '응당 무엇을 표현하는가'는 '현실과 발언' 활동을 중심으로 작가가 제기했던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질문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나가 포함된 집단적 흥'에서는 민족의 한과 신명을 역동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킨 작업의 절정기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장인 '나두야 간다'는 열다섯 살 오윤의 여행일지에서 출발해 그의 삶과 예술적 여정을 되짚는다. 이러한 구성은 오윤의 작업을 하나의 완결된 양식이나 사조로 규정하기보다, 지속적인 질문과 실험을 통해 변화해 온 창작의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한다.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 열린 첫 개인전 《오윤 판화전》의 영상기록이 처음 공개된다는 점 역시 의미가 크다. 약 60분 분량의 영상에는 당시 전시 공간의 모습과 작고 직전 오윤의 생전 모습이 담겨 있다. 기록 영상은 작품을 둘러싼 당시의 공간과 분위기, 작가의 존재를 현재의 관람 경험과 연결한다. 작품과 문헌, 영상이 함께 제시될 때 한 예술가의 삶은 연대기적 정보의 집합을 넘어 구체적인 시간과 관계 속에서 다시 읽히게 된다.

오윤은 1986년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미지가 인간의 고통을 드러내는 동시에 삶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에너지를 일깨울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오늘날에도 예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오윤》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업적을 기념하는 전시이면서, 그의 작업을 다시 연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자료적 기반을 마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완성된 작품과 그 이면의 기록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오윤의 예술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판각의 흔적과 손으로 남긴 메모, 미완의 습작과 기록 영상은 하나의 이미지가 탄생하기까지 축적된 사유와 노동의 시간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 새겨진 민중의 얼굴은 특정 시대의 역사적 증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인간의 삶을 향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그 흔적을 다시 읽으며 오윤이 평생 탐구했던 예술과 현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오늘의 시선으로 사유하도록 이끈다.

참고문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오윤》」 공식 전시 안내, 2026.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오윤 작고 40주기 맞아 소장자료기획전 《오윤》 개최」, 보도자료, 2026.09.08.

서울특별시, 「서울시립미술관, 2026년 주요 전시 공개」, 보도자료,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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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위치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1·2 및 라운지 1, 2층 라운지 2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101 (평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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