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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

오희원 개인전 《는개 NeunGae》

기간
2026.10.15~2026.11.17
시간
월~금 10:00~18:00 / 토 12:00~17:00
장소
OKNP Seoul
주소
서울 종로구 평창33길 1 (평창동)
휴관
매주 일요일, 11월 6~7일 특별 휴관
홈페이지
https://oknp.kr/
작가
오희원

오희원 개인전 《는개 NeunGae》

빛과 물질 사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의 풍경

안개와 비의 경계에서 미세한 물방울이 공기 중에 머무는 순간, 풍경은 명확한 윤곽을 잃고 빛과 색채의 흐름으로 다가온다. 오희원의 개인전 《는개 NeunGae》는 이처럼 하나의 상태로 규정하기 어려운 자연의 감각을 회화의 물질성과 시각적 경험을 통해 탐구한다. 은빛 화면 위에 번지고 겹쳐지는 색채는 특정한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빛과 물질, 시간과 관람자의 움직임이 만나는 순간마다 새롭게 형성되는 이미지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인 '는개'는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비를 뜻한다. 안개와 비 사이에 존재하는 이 미세한 기상 현상은 분명히 감각되지만 어느 하나의 상태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작가는 이러한 중간적이고 유동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회화가 지향하는 감각을 발견한다. 화면 속 색채와 형상 역시 고정된 이미지로 머무르지 않고 관찰하는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오희원은 오랫동안 빛과 색채, 물질과 지각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특히 은빛 바탕을 활용한 회화에서는 화면에 입사하는 빛의 방향과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색이 선명해지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중요한 조형적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은 캔버스에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이면서도, 실제 감상 과정에서는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경험된다.

이러한 특성은 2017년 개인전 《Parallel Grounds》와 2021년 개인전 《rays Blooming》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은빛 바탕 위에 색연필 선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이전 작업에서는 가느다란 선들이 반사광과 만나며 미세한 깊이와 부피감을 만들어냈다. 색채는 화면에 고정된 물질인 동시에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가변적인 이미지로 존재했다.

이번 《는개》에서는 이러한 탐구가 물감과 다양한 미디엄의 물질적 움직임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에 이리데슨트 미디엄, 글라스 비드 젤, 모델링 페이스트 등을 결합해 표면의 반사와 질감, 두께를 변화시킨다.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재료들은 화면 위에서 흐르고 스며들며, 때로는 고이거나 굳어 예상하지 못한 형태를 형성한다.

작업 과정에서 물감은 단순히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료 자체의 점성과 중력, 건조되는 시간, 캔버스가 놓인 방향이 화면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작가는 여러 캔버스를 동시에 펼쳐놓고 일부는 세우거나 눕힌 상태에서 작업하며, 물질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반응해 다음 과정을 결정한다. 이처럼 회화는 미리 정해진 형상을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선택과 재료의 자율성이 지속적으로 교차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2026년작 〈고요한 는개와 함께〉는 이러한 회화적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화면에는 보랏빛과 청록빛, 옅은 분홍빛이 서로 스며들며 흐릿한 대기나 젖은 풍경을 연상시키는 색채의 층위가 형성된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풍경처럼 인식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반짝이는 입자와 물감의 흔적, 매끄러운 부분과 거친 표면이 드러난다.

특히 화면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게 축적된 물질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미리 계획된 윤곽선이라기보다 물감과 미디엄이 이동하다 캔버스의 경계에서 멈춘 결과에 가깝다. 화면의 끝은 단순히 이미지를 제한하는 테두리가 아니라 물질이 이동하고 변화한 시간이 기록되는 장소가 된다.

〈산란한 대기 틈새로〉에서는 흰색의 흐름 사이로 청록과 분홍, 주황의 색채가 나타나며 대기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형성된다. 〈깨진 무지개가 하늘에 번져〉와 〈무지갯빛 구름을 만들고〉, 〈무게 없는 것들의 목적 없는 분기〉에서도 색은 일정한 윤곽 안에 머무르지 않고 갈라지고 휘어지며 서로 다른 영역으로 확산된다.

반면 〈반짝임으로 꿴 옅은 어스름〉과 〈붉은 노을에 잠긴 수면〉 같은 작은 화면에서는 물질의 두께와 표면의 요철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색채가 흐르는 동시에 한곳에 고이고, 굳어진 흔적은 화면에 촉각적인 깊이를 부여한다. 이 작품들에서 풍경은 작가가 먼저 설정한 자연의 이미지라기보다 물질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로 다가온다.

은빛 바탕을 사용하지 않은 〈거기에는 어떤 이름붙일 수 없는 것이〉 역시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반 캔버스에 아크릴과 오일스틱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반사광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색채의 겹침과 번짐을 통해 불확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오희원의 회화에서 이미지의 유동성이 광학적 반사뿐 아니라 재료의 물성과 제작 과정 자체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 공간의 구성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다. 1층에서는 무지갯빛이 응축된 이미지에서 출발해 산란하는 대기와 노을이 잠긴 수면을 지나 고요하게 내려앉는 는개로 이어진다. 2층에서는 다시 일렁이며 상승하는 흐름이 전개된다. 작품들은 각각 독립된 화면이면서도 서로 다른 기상 현상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듯한 감각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날씨는 단순히 그림의 소재가 아니다. 빛과 습도, 공기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변화하듯 오희원의 회화 역시 물질과 환경, 관람자의 신체적 위치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 앞에서 한 걸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조금 전까지 선명했던 색이 희미해지고, 보이지 않던 색채가 새롭게 떠오른다.

《는개 NeunGae》는 회화를 완성된 이미지로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나, 이미지가 형성되고 변화하며 사라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제안한다. 작가의 의도와 재료의 움직임, 빛과 관람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열린 상태를 유지한다.

오희원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보다 이미지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감각하는 일이다. 은빛 표면 위에서 흐르고 번지는 색채는 풍경과 추상, 물질과 이미지, 고정과 변화 사이를 오간다. 《는개》는 그 불확정적인 순간을 통해 회화가 지닌 물질적 생명력과 시각적 경험의 가능성을 새롭게 환기한다.

참고문헌

OKNP, 「오희원 개인전 《는개 NeunGae》」 공식 전시 소개

박가희, 「는개 NeunGae」 전시 서문

오희원, 「작가 노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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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위치

OKNP Seoul

서울 종로구 평창33길 1 (평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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