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기 사진전 < The Tour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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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부츠갤러리 댓글 0건 조회 928회 작성일 26-02-11 07:44레드부츠 갤러리는 2026년 2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The Tourist> 조준기 작가의 사진전을 진행합니다.
작가노트
The Tourist
나는 거리두기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관조한다.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데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간극이 좁혀질수록 대상은 카메라를 의식하게 되고 본연의 자연스러움은 이내 흩어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풍경을 응시하는 것을 즐긴다. 그 응시 속에서 시간의 흔적이 담긴 공간과, 그 공간에 맺힌 인물들이 이루는 관계를 포착한다.
디지털의 압도적인 편의성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필름으로 사진을 배웠던 시절의 색채와 촬영 기법을 그리워한다. 비록 오늘날의 이미지는 디지털의 결과물일지라도, 내 사진을 마주하는 이들이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과 향수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장 한편, 창가에 놓인 흑백의 기록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기가 남긴 일시적 멈춤의 풍경이다. 화려한 색채가 거두어진 이 공간은 우리가 당연하게 향유하던 일상의 관조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고립의 시간을 상징하며 전시의 정서를 반전시킨다.
전시의 마지막은 인간의 탐욕이 할퀴고 간 지표면의 민낯이다. 땅이 이윤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공장처럼 기능하는 시대, 나는 그 위를 부유하는 인위적인 구조물과 산업의 잔해들을 기록했다. 낭만화된 풍경 대신 포착한 이 지표의 흔적들은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의 실체이자 오만한 야욕이 남긴 기록이다.
전시 소개
여행자의 시선으로부터
레드부츠 갤러리에서 조준기 작가의 첫 번째 사진전이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낯선 풍경들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46점의 사진과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여행자의 시선’은 여행지에서의 감동이나 인상을 기록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긴장이 조금 풀린 순간의 풍경을 포착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심리적으로는 관계의 불편함이 줄어드는 경험을 낳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거리두기는 사회적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촬영된 사진 속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대상 모두의 긴장이 완화되고 보다 자연스러운 자세와 표정이 드러납니다. 이 사진을 바라보는 제3자인 관람자는 풍경 속에 드러난 인간과 공간의 관계, 그 관계 안에서 흐르는 시간,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전시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하나의 질문을 건넵니다. 우리가 조금 떨어져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풍경은 무엇이었을까요.
_레드부츠 갤러리 디렉터 김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