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 기간
- 2026.10.28~2026.12.31
- 시간
- 10:00 – 18:00 (입장 마감 : 17:30)
- 장소
- F1963 석천홀·달빛가든
- 주소
-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망미동, F1963)
- 휴관
- 매주 월요일
- 작가
-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장 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유리의 빛으로 그려낸 사랑과 상처, 자연과 우주의 풍경
사랑은 하나의 감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경험이다. 기쁨과 상실, 열망과 두려움, 헌신과 회복이 서로 얽히며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은 이러한 감정의 복잡성을 유리와 빛, 반복되는 형태를 통해 조형적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부산 F1963에서 열리는 《사랑 안의 미로(In the Labyrinth of Love)》는 작가가 최근 2년간 제작한 신작과 주요 작품 약 100점을 통해 사랑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이 자연과 우주를 향한 상상력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토니엘은 1990년대부터 유리의 물질적 특성에 주목해 독자적인 조각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이탈리아 무라노의 유리 장인들과 협업하며 제작한 구슬 형태의 조각은 그의 대표적인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투명하거나 선명한 색을 띤 유리구슬은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면서 주변 환경과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표면은 매끄럽고 화려하지만 내부에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기포와 미세한 흔적이 남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불완전성을 제거하지 않고 아름다움과 상처가 공존하는 물질의 특성으로 받아들인다.
전시는 F1963의 야외 정원인 달빛가든에서 시작된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조각 〈황금 연꽃(Gold Lotus)〉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금박을 입혀 제작한 작품이다. 황금빛 꽃잎은 자연광을 받아 반짝이며 정원의 식물과 주변 풍경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여러 문화권에서 생명과 재생을 상징해 왔다. 오토니엘의 연꽃은 이러한 상징을 바탕으로 상처 이후의 회복과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의미를 전달한다.
석천홀 내부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매달린 연인(Amant Suspendu)〉과 〈목걸이(Collier)〉 연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붉고 푸른 유리구슬이 연결되어 형성된 거대한 고리와 곡선은 신체를 장식하는 목걸이의 형태를 건축적 규모로 확장한다. 구슬 하나하나는 독립된 단위이지만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이 반복적인 결합은 관계의 형성과 지속을 떠올리게 하며, 공중에 떠 있는 조각의 형태는 중력과 균형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드러낸다.
〈푸른 강〉은 약 2,000개의 푸른 유리벽돌을 사용해 물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이다. 일정한 형태의 벽돌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지만, 투명한 표면에 반사되는 빛은 고정된 구조에 유동적인 인상을 부여한다. 단단한 건축 재료를 연상시키는 벽돌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강물의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안정성과 변화라는 상반된 성질이 하나의 조형적 경험으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작품의 규모와 배열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며 유리가 만들어내는 색채의 깊이와 공간적 리듬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한 탐구가 우주적 질서로 확장된다. 지름 약 4미터의 〈코스모스(Cosmos)〉와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Zodiac)〉 연작은 반복과 순환, 연결이라는 오토니엘의 조형 원리를 새로운 규모에서 보여준다. 구슬과 원형 구조는 개인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형태인 동시에 행성과 궤도, 별자리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질서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에서 F1963이라는 장소가 갖는 의미도 중요하다. 과거 고려제강의 와이어 생산 공장이었던 이 공간에는 산업시설 특유의 구조와 물질적 흔적이 남아 있다. 금속과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은 유리의 투명하고 반짝이는 표면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만남은 조각을 독립된 대상으로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작품과 건축, 빛과 주변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적 경험을 형성한다.
《사랑 안의 미로》는 화려한 유리 조각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오토니엘은 깨지기 쉬운 재료를 통해 감정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반복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통해 관계가 지속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달빛가든의 황금 연꽃에서 시작해 유리구슬과 푸른 강을 지나 우주의 형상으로 이어지는 전시 동선은 사랑을 하나의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상처와 회복, 변화와 발견을 거듭하는 여정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참고자료
문화재단1963, 「장 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소개, 2026.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전시 |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2026.
부산광역시, 「세계적 거장 오토니엘, 부산을 디자인하다」, 2026.
뉴시스, 「오토니엘, 부산 F1963에 펼친 ‘사랑의 미로’…황금 연꽃 등 100점 전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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