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LDED
- 기간
- 2026.11.25~2026.11.29
- 시간
- 10:00 ~ 19:00 (일 10:00~17:00)
- 장소
-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
- 주소
-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봉산문화회관)
- 휴관
- 매주 월요일
- 작가
- 류채은백희정외 17인
UNFOLDED
접혀 있던 감각이 펼쳐지는 순간, 열아홉 개의 시선으로 만나는 내면의 풍경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감정과 기억을 언제나 명확하게 인식하거나 표현하지는 못한다. 어떤 감각은 특정한 장면과 함께 떠오르고,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의미로 되살아난다. 봉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UNFOLDED》는 이렇게 내면에 남아 있으나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개인의 서사와 감각을 예술의 언어로 펼쳐 보이는 단체전이다. 19명의 참여 작가는 각자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회화와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개인적인 세계가 하나의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한다.
전시 제목 'UNFOLDED'는 접혀 있던 것을 펼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펼쳐짐은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단순히 공개하는 행위와 구별된다.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어떤 장면과 감각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직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았던 경험은 새로운 조형적 질서를 획득한다. 감정과 기억은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색채와 형태, 재료와 공간을 통해 다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일상에서 마주한 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의 이면에 남아 있는 감정과 생각, 현실에서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이상을 각자의 표현 방식으로 구체화한다. 따라서 작품은 단순한 경험의 기록을 넘어 작가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관한 단서가 된다.
회화는 이러한 내면의 경험을 시각화하는 주요한 매체다. 화면에 무엇을 배치하고 어떤 색채를 선택하는지는 작가의 시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실제로 경험한 사건이 회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특정한 장면이 강조되거나 생략될 수 있으며, 기억 속에서 중요하게 남은 감각이 현실의 모습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회화는 보이는 대상을 기록하는 기능과 보이지 않는 경험을 형상화하는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설치 작업은 개인적인 서사를 화면의 경계 밖으로 확장한다. 재료의 물성과 배치, 작품이 놓이는 위치와 관람자의 이동 경로는 감상 경험에 영향을 준다. 관람자는 작품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형성하는 공간과 자신의 신체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다. 회화와 설치가 함께 구성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가 개인의 감각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식 전시자료에 소개된 류채은의 〈Blue Silence〉(2026)는 가로 193.9cm, 세로 130.3cm의 캔버스에 유채로 제작된 작품이다. '푸른 침묵'이라는 제목은 색채와 감각적인 상태를 하나의 표현으로 연결한다. 침묵은 소리의 부재를 의미하지만, 회화에서는 색채와 화면의 구성으로 감각화될 수 있다. 제목과 매체를 함께 살펴보면 작가가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를 어떻게 시각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는지 질문하게 된다.
백희정의 〈5월 9일〉(2026)은 아크릴로 제작된 두 점의 캔버스로 구성되며, 각 화면의 크기는 90.9×65.1cm다. 구체적인 날짜를 제목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개인적인 시간과 기록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특정한 하루는 타인에게 평범한 날짜일 수 있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감정이나 사건과 연결될 수 있다. 관람자는 날짜의 의미를 단정하기보다 작가가 그 시간을 어떤 시각적 방식으로 구성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UNFOLDED》가 제안하는 감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한 작품이 색채와 감각적인 상태를 연결한다면, 다른 작품은 특정한 날짜를 통해 개인적인 시간의 의미를 환기한다. 그러나 작품의 의미가 제목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화면의 형태와 색채, 재료의 사용 방식까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관람자는 작가의 표현과 자신의 경험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1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동일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과 표현 방식이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시의 중요한 구조를 이룬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 공간에 놓임으로써 감정과 기억을 표현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드러낸다. 관람자는 작품 사이를 이동하면서 타인의 경험을 마주하고, 자신의 삶에서 비슷하거나 전혀 다른 감각을 떠올릴 수 있다.
《UNFOLDED》는 예술을 작가의 내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가 남긴 기록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장소다. 열아홉 개의 시선으로 펼쳐진 회화와 설치 작업은 각자가 마음속에 간직해 온 감정과 기억을 다시 바라보도록 이끈다. 전시는 보이지 않던 내면의 경험이 형상을 얻는 순간과 그 형상이 또 다른 사람의 감각 속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참고문헌
봉산문화회관, 「UNFOLDED」 공식 전시정보, 2026.
봉산문화회관, 「UNFOLDED」 참여 작가 및 출품작 소개,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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