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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

풀의 시간

기간
2026.09.08~2026.12.20
시간
화~일요일 10:00~18:00
장소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기획전시실
주소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5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휴관
매주 월요일
작가
성민우

풀의 시간

이름 없는 풀들이 품은 시간, 작고 낮은 생명에 대한 회화적 응시

길가의 틈새와 들판, 하천변에서 자라는 풀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식물이다. 계절이 바뀌면 돋아나고, 자라고, 시들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자세히 바라보는 일이 드물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에서 개최되는 《풀의 시간》은 성민우가 오랫동안 그려온 풀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생명의 가치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되돌아보는 전시다. 작가는 풀을 풍경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각각의 식물이 지닌 형태와 관계, 시간의 흔적을 회화에 담아낸다.

성민우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식물의 생태와 존재 방식을 탐구해 왔으며, 2021년 광주화루 우수상과 2022년 이동훈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업에서 풀은 자연을 장식하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회화의 중심에 놓이는 주체다.

작가는 여러 겹 배접한 바탕 위에 비단을 입히고 수묵과 채색, 금분과 은분을 쌓아 올린다. 먹의 번짐과 농담은 가느다란 줄기와 잎의 겹침을 표현하고, 채색은 식물이 지닌 다양한 색과 밀도를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지는 금분과 은분은 빛을 반사하며 화면의 깊이를 형성한다. 귀한 재료로 여겨져 온 금과 은을 흔한 풀의 형상에 사용하는 선택은 평범한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

2023년 제작된 〈풀의 초상〉은 이러한 작업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로 162.2cm, 가로 130.3cm의 비단 화면에 수묵과 은분으로 풀의 줄기와 잎을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초상화는 인간의 얼굴과 개성을 기록하지만, 성민우는 그 대상을 풀로 바꾼다. 화면에 등장한 식물은 특정한 풍경을 구성하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고유한 형태를 가진 하나의 존재로 제시된다. 은분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빛은 섬세한 윤곽을 드러내면서도 풀의 연약한 성질을 유지한다.

2024년의 동명 작품 〈풀의 초상〉에서는 은분 대신 금분을 사용한다. 동일한 크기의 화면에서 재료가 달라지면서 풀의 존재감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금분의 빛은 식물의 윤곽을 강조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작은 생명의 형태에 집중시킨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금속 안료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여하는 조형적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 회화 〈오이코스_사이〉(2023)는 한 포기의 풀에서 여러 존재가 함께 이루는 관계로 시선을 확장한다. 가로 781.8cm에 이르는 긴 화면에는 수많은 풀이 얽히고 겹치며 하나의 장면을 형성한다. 비단 위에 쌓인 먹과 은분은 식물 사이의 거리와 겹침을 드러내고, 반복되는 줄기와 잎은 화면 전체에 유기적인 리듬을 만든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식물의 형태뿐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풀의 정원〉(2025)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정원은 식물이 자라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경계를 정하고 식물을 선택해 배치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비단 위에 채색과 금분을 겹쳐 작은 풀들이 모인 장면을 구성하면서 자연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인간의 관습을 돌아보게 한다. 관람자는 아름답게 정돈된 정원이라는 개념 뒤에 어떤 선택과 배제가 존재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오이코스_부케〉(2021)는 식물의 형상을 통해 관계와 기억의 시간을 다룬다. 여러 식물이 하나의 다발로 묶인 부케는 축하와 기념의 순간을 상징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시들고 흩어진다. 작가는 비단에 채색과 금분을 사용해 각각의 식물이 지닌 차이를 표현하면서도 하나의 구성으로 연결한다. 이 작품에서 부케는 아름다운 장식물을 넘어 만남과 축복, 사라짐을 함께 품은 대상으로 읽힌다.

《풀의 시간》은 다섯 점의 작품을 통해 성민우의 관심이 개별적인 생명의 관찰에서 존재들 사이의 관계, 나아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풀의 모습은 작고 연약하지만, 화면에 남겨진 선과 색, 금속 안료의 빛은 그 존재가 지닌 고유한 시간을 드러낸다. 관람자는 익숙한 식물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지나쳐 왔는지 되묻게 된다.

참고문헌

대전시립미술관, 「하반기 열린수장고 소장품 기획전 《풀의 시간》」, 2026.

대전시립미술관, 「《풀의 시간》 전시내용 및 성민우 작가정보」, 2026.

문화체육관광부, 「하반기 열린수장고 소장품 기획전 《풀의 시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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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오이코스_사이
오이코스_사이 성민우 2023 · 비단에 수묵과 은분 · 227.3×781.8

여러 풀이 겹치고 얽히는 대형 화면을 통해 생명들이 함께 이루는 관계와 공간을 탐구한다.

풀의 초상
풀의 초상 성민우 2024 · 비단에 수묵과 금분 · 162.2×130.3

금분으로 풀의 윤곽을 드러내며 평범한 식물을 고유한 존재로 조명한다.

풀의 정원
풀의 정원 성민우 2025 · 비단에 채색과 금분 · 90.9×65.1

인간이 자연에 부여하는 경계와 질서, 식물을 분류하는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 위치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기획전시실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5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지도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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