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부터 10월 29일까지 아트코드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고요한 잔상》은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들을 그려온 세 작가, 안광식, 노현우, 윤위동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안광식은 그린 형상을 돌가루로 지우고, 그 위에 남은 잔상을 따라 다시 그리기를 되풀이한다. 그렇게 흰 항아리와 들꽃, 안개 낀 물가는 기억의 빛깔로 화면에 스며든다. 노현우는 풍경 앞에 오래 머물다가 그 장면을 긴 시간 기억 속에 묵혀 두었다 다시 꺼낸다. 형태는 흐려져도 그날의 공기와 온도, 침묵은 오히려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윤위동은 비바람에 깎여 둥글어진 돌에서 견뎌 온 세월을 본다. 〈Monologue〉의 돌은 말없는 독백처럼 놓여 있고, 〈The Sacred〉의 돌은 모래 위에서 자유로운 여정을 떠난다.
지워서 남은 흔적, 기억 속에서 깊어진 풍경, 오랜 풍화가 빚어낸 형태. 세 작가의 화면에 남은 것은 모두 시간이 지나간 자리이고, 그 자리에는 오래 견딘 것들만이 지닐 수 있는 고요가 있다.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마음에 조용히 남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이 전시가 건네고 싶은 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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