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현 개인전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
- 기간
- 2026.10.14~2026.11.29
- 시간
- 수~금 13:00 ~ 17:00 (마지막 입장시간 16:00) / 토,일,공휴일 10:30 ~ 17:00 (마지막 입장시간 16:00)
- 장소
- 구하우스미술관
- 주소
-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문호리, 미술관)
- 휴관
- 매주 월,화 (단 공휴일인 경우는 개관)
- 작가
- 조덕현
조덕현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
한 장의 오래된 사진에서 시작된 기억의 복원과 재구성
오래된 사진은 지나간 순간을 기록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진 속 인물의 표정과 몸짓, 배경에 놓인 사물은 특정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그 장면이 만들어진 전후의 사건을 상상하게 한다. 구하우스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은 이러한 사진의 기록성과 기억의 불완전성에 주목한다. 조덕현은 한 가족이 남긴 흑백사진을 출발점으로 사적인 기억이 회화적 재현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조덕현(1957~)은 오래된 사진을 연필과 콘테로 캔버스에 옮기는 '사진 드로잉'을 주요한 표현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 작가는 사진 속 명암과 인물의 형태를 손으로 다시 그리는 과정을 통해 기계적으로 기록된 이미지를 회화의 시간으로 전환한다. 사진이 셔터가 작동한 순간을 보존한다면, 드로잉은 화면을 완성하기까지 반복된 관찰과 손의 움직임을 축적한다. 두 매체의 시간적 차이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고미술 수장가 욱천 진호섭(1905~1951)이 남긴 가족 사진첩이다. 사진첩에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간 한 가족의 일상과 개인적인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조덕현은 역사적 사건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에 집중한다. 가족사진이라는 사적인 기록은 작가의 재해석을 거쳐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이미지로 변화한다.
전시 제목의 '므네모시네(Mnemosyn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억의 여신이다. 여기서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정보를 보존하는 기능을 넘어 잊힌 존재를 현재로 불러오는 행위와 연결된다. 조덕현이 사진을 다시 그리는 작업 역시 원본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사람들의 삶을 새로운 물질과 시간 속에 다시 위치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2024년에 제작된 〈므네모시네〉 연작은 이러한 접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흑연과 목탄으로 그려진 화면은 오래된 흑백사진의 명암 구조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 특히 가로 390cm에 이르는 〈므네모시네-4〉와 〈므네모시네-5〉는 가족사진에서 출발한 이미지의 규모를 확장한다. 작은 사진첩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경험과 달리, 대형 캔버스 앞에서는 인물과 배경을 하나의 공간으로 마주하게 된다. 원래 개인의 소유물이었던 사진은 전시 공간에서 여러 관람자가 공유하는 시각적 경험으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대형 신작 〈Palimpsestus〉는 기억을 다루는 작가의 관심을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팔림프세스트는 기존의 글을 지우고 다시 기록한 양피지를 의미한다. 이전의 문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표면 위에 새로운 글이 덧입혀지는 구조는 기억의 작동 방식과 닮아 있다. 인간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보다 현재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기억을 수정하고 재해석한다.
〈Palimpsestus〉가 제시하는 문제는 사진 드로잉의 재현 방식과 구별된다. 사진 드로잉이 남겨진 이미지를 통해 잊힌 사람과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이라면, 신작은 기억이 형성되고 변형되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둔다. 기록의 보존과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두 관점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예술의 역할을 서로 다른 차원에서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구하우스미술관의 소장품 중심 운영 철학과도 연결된다. 개인의 컬렉션을 공공의 관람 경험으로 확장해 온 구하우스미술관에서, 한 수장가의 가족 사진첩은 또 다른 형태의 공유 가능한 기억으로 제시된다. 사진을 소유했던 사람의 개인사와 이를 다시 그린 작가의 시선,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경험이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만난다.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은 과거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 남겨진 흔적을 어떻게 읽고 다시 구성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사진첩의 작은 이미지에서 대형 드로잉으로, 보존된 기록에서 겹쳐 쓰이는 기억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역사와 개인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남겨진 사진과 기록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참고문헌
구하우스미술관, 「2026 구하우스 특별전 조덕현展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 2026.
구하우스미술관, 「조덕현 Duck Hyun Cho」 출품작 소개, 2026.
구하우스미술관, 「관람 안내(Informatio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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