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 : 표면 아래의 존재들
- 기간
- 2026.10.20~2026.10.29
- 시간
- 9 : 00 ~ 18 : 00
- 장소
- JBNU 컨벤션센터
-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창포길 49-10 2층 전시실-1 (덕진동1가)
- 휴관
- 매주 토, 일요일 휴관
- 작가
- 김보형
마주 닿을수록 심원해지는 세계
글 유정
시력 검사 기계에서 늘 등장하는 초원 위 빨간 지붕집은, 과거에 합성된 이미지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실제 아이슬란드에 있는 건물이다. 뚫릴 듯 쳐다봐도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시간도, 사건도, 감각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3차원처럼 느껴지는 화면은 일종의 공간 착시였을지도 모르겠다.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던 지난 팬데믹의 시간처럼, 눈앞에 존재하지만 어떤 감촉도 허락되지 않는 세계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모든 것이 다시 평평해지는 듯하다. 경험은 납작한 스와이프 화면으로 이전되었고, 감각은 데이터의 언어로 다시 쓰이면서 미래-문명-를 위한 양식으로 수렴된다. AI가 뱉어내는 이미지-텍스트 다발은 모난 곳이 없어 꼭 유령처럼 몸을 통과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걸러지는 것도 없고, 걸리는 곳도 없다. 모든 것이 평이하고 플랫(flat)하다. 우리가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면 뭉툭한 모양의 몬덕이가 불쑥 등장한다. 그렇다. 김보형 작가의 몬덕이는 우리를 플랫(flat)하지 않은 세계로 인도한다.
김보형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매끄럽기보다 부들부들하고, 진지하기보다 익살스럽고, 무겁기보다 가볍다.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멀찍이서 짐작하기보다 만지기-감각하기-를 적극 권한다. 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Tender Fuzz Emotion Cells>(2026)의 알록달록한 색과 모양의 세포들을 보면 꼭 어떤 세포는 나에게 만져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Blue cells>(2026), <Green cells>(2026) 역시 그렇다. 세포의 부들부들하고 포근한 감촉은 다양성과 무성애(A-sexual)적 감각을 견인한다. 마주 닿고자 하는 마음은 반드시 욕망에서 비롯되지는 않을 때도 있다. 욕망 없이도 가능한 친밀감. 접촉이 아닌 감촉.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으로서의 마주-닿음. 실타래의 실을 따라가듯이 굴곡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느껴진다. 꼭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는 않다고.
김보형은 시각적 가벼움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무게를 도려내기보다 실타래의 털실을 잘게 잘라 붙인다. 그것은 작가 고유의 키치한 발상법이기도 하고, 지구에 불시착한 ’몬덕이’들의 책무가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살던 별을 떠나 지구로 향한다는 설정은 작고 여린 어린 왕자의 여정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들에게 이 원정은 기쁨 에너지가 없어 죽어가는 고향별을 살리기 위한 존재론적 사명이다. 에너지가 없어 죽어가는 별.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가? ’몬덕이 시나리오‘는 납작한 몽상이 아닌 현실 세계의 입체적인 무언가를 반영한다.
몬덕이 시나리오는 네오 팝아트의 다양한 경향성 가운데 별다른 해독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저맥락(low-context)적 성격에 토대를 둔다. 가령 <MONDEOK EX>(2026) 작품은 이미지와 문자가 결합한 포켓몬 카드 형식을 차용한 작품으로, 작가가 포켓몬 카드를 수집했던 즐거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들었다. 전통적인 권위를 지닌 어떤 장소들은 저맥락의 성격을 지닌, 애니메이션, 캐릭터, 팬 픽션 등 서브 컬처에 속하는 영역을 미학적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무겁고 진지한 것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젊은 청년 작가에게 플랫하지 않은 가벼움은 어쩌면 어려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보형 작가가 선택한 가벼움이 곧 본질의 가벼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김보형의 세계는 푹신할수록, 가벼울수록, 마주 닿을수록 심원해진다. 작가는 이야기 한다. 정해진 자리에서 바라봤던 빨간 지붕집과의 거리를 허물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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