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회고전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 기간
- 2026.08.06~2026.11.08
- 시간
- 화·목·금·일 10:00~18:00 / 수·토 10:00~21:00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4전시실
- 주소
-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내 (정동, 덕수궁)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 작가
- 이대원
슬픔 없는 풍경은 어떻게 탄생했나…이대원 70년 화업을 돌아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11월 8일까지 대규모 회고전 개최
회화 120여 점·아카이브 100여 점으로 조명하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눈부신 원색과 생동감 넘치는 붓질로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온 화가 이대원(1921~2005)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월 6일부터 11월 8일까지 덕수궁관 1~4전시실에서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이대원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약 70년에 걸친 화업을 회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100여 점 등을 통해 살펴보는 자리다.
이대원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과수원과 산, 연못, 나무와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선명한 색채와 율동적인 필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빨강과 노랑, 초록과 파랑이 어우러진 농원 풍경은 한국 현대회화에서 독자적인 색채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밝은 색채 너머에 숨겨진 오랜 탐구의 시간
이번 전시는 이대원을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화가로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의 회화가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연구와 서양 회화의 수용, 오랜 관찰과 실험을 거쳐 완성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대원은 서양의 유화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국의 전통 공예와 동양화에서 발견한 조형 원리를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자수와 나전, 목기에서 나타나는 색채와 빛의 표현, 동양화의 운필과 화면 구성은 그의 회화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됐다.
전통을 단순히 차용하거나 서양 미술의 양식을 모방하기보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주체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적 감각과 현대적인 회화 형식이 어떻게 하나의 화면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배우되 갇히지 않다', '이어가되 휩쓸리지 않다', '쌓아올리니 자유롭다',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흐름을 따라 초기 작품부터 말년의 대형 농원 연작까지 살펴볼 수 있다.

〈온정리 풍경〉, 1941,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2 × 100cm, 리움미술관
1938년 〈북한산〉에서 발견하는 초기 회화의 출발점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 가운데 하나는 1938년에 제작된 〈북한산〉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에 속한 이 작품은 캔버스에 유채로 제작된 초기 풍경화로, 작가가 자연을 관찰하고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후기의 농원 연작이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면, 〈북한산〉은 그에 앞선 시기의 조형적 관심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초기 풍경화와 후기 작품을 비교하며 작가의 화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41년작 〈온정리 풍경〉, 1956년작 〈창변〉, 1959년작 〈집(브라운 슈바이크)〉 등도 그의 작품 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다.

북한산〉,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 × 100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점과 선으로 완성한 독창적인 농원 풍경
이대원 회화의 절정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농원 연작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과수원과 나무, 연못 등 익숙한 자연을 반복해서 그렸지만 같은 풍경을 동일한 방식으로 재현하지 않았다. 계절과 빛의 변화, 자연의 생명력과 시간의 흐름을 서로 다른 색채와 붓질로 표현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짧은 선과 점, 선명한 색채의 중첩은 풍경을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회화적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나뭇가지와 잎, 꽃과 열매는 구체적인 형상을 유지하면서도 화면 전체에서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특히 1994년작 〈농원(秋)〉은 이대원의 후기 색채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가을 농원의 정취를 담은 화면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각과 오랜 회화적 탐구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대원의 색채는 단순히 화려한 장식이 아니다. 여러 색을 중첩하고 화면의 밀도를 조절하면서 자연의 움직임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조형 수단이다. 가까이에서는 개별적인 붓질과 색의 흔적이 드러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이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형성한다.
'색채의 마법사'를 넘어 문화적 지식인으로
이번 회고전은 작가의 회화적 성취뿐 아니라 한국 미술계에서 그가 수행한 역할도 함께 살펴본다.
이대원은 화가이자 한국의 전통미술을 연구한 문화적 지식인으로, 동서양 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자신의 창작 활동과 연결했다. 작품과 함께 소개되는 아카이브 자료와 고미술품은 그의 회화가 어떤 문화적 배경과 연구의 과정에서 탄생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 제목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고고미술사학자 김원룡이 이대원의 작품을 평한 말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강조하는 것은 작가가 평생 슬픔을 모르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여러 책임과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자연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지속했고, 오랜 시간 축적한 연구와 절제된 조형적 실험을 통해 밝고 평정한 화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대원의 풍경은 단순히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와 예술적 성취가 응축된 결과로 읽힌다.

〈농원〉,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150 × 230cm, 개인 소장

〈농원〉, 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1 × 162.2cm, 개인 소장

〈농원〉,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1 × 162.2cm, 가나문화재단
〈담(秘苑)〉,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208 × 504cm, 외교부 주미국 대한민국대사관
〈도리화(桃梨花)〉, 2001,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0 × 700cm, 개인 소장
〈과수원〉, 1996-9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75 × 360cm, 가나문화재단
한국적 색채와 현대회화의 만남
이대원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완성했다는 데 있다.
한국의 자연을 그리면서도 특정한 양식에 머무르지 않았고,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전통미술의 조형 원리를 새롭게 해석했다. 익숙한 풍경을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바라보는 과정에서 화면은 더욱 자유로워졌고 색채는 더욱 깊어졌다.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처럼 한 화가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다시 읽는 전시다. 관람객은 초기 풍경화부터 농원 연작에 이르는 변화를 통해 이대원의 예술적 실험과 한국 근현대회화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밝은 색채 속에 담긴 오랜 연구와 삶의 시간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성취로 다가온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2,000원이며 덕수궁 입장료는 별도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참고 원문
국립현대미술관,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공식 전시 소개
국립현대미술관, 「화단의 신사가 된 색채의 마법사」 (2026.08.31)
국립현대미술관,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큐레이터 전시투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