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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예정

다리 절기

기간
2026.11.05~2026.12.02
시간
수∙목: 14:00-19:00, 금∙토: 12:00-17:00
장소
전시진행중
주소
서울 마포구 홍익로 10 지112호 (서교동, 서교푸르지오)
휴관
일요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eipseoul.org
작가
김미나장윤아

⟪다리 절기⟫

참여작가 | 김미나 @kimmina.archive, 장윤아 @changyuna__

기획 | 안소현 @kkirikoda, 윤리 @rn6k4lee

기간 | 2026. 11. 5. (목) - 12. 2. (수)

시간 |  수•목 14:00 - 19:00 / 금•토 12:00 - 17:00

오프닝 | 2026. 11. 5. (목) 18:00

장소 | 전시진행중 (서울 마포구 홍익로 10 지112호)

포스터 디자인 | 안소현 @kkirikoda, 이서영 @aquamarinne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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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다른 두 다리로 걷는 일을 생각해 보자. 한쪽으로 몸이 기울고, 자꾸만 걸음이 어긋나게 된다. 그렇다고 매번 멈춰 서서 두 다리의 길이를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기우는 쪽을 살피고, 보폭을 조절하며 저마다의 걸음을 이어간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을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지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차이를 간직한 채 세계를 함께 경험하는 일로 바라본다. 그가 사랑을 설명하며 사용하는 ‘다리 절기(boiterie)’는 이러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비대칭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두 사람은 같은 보폭으로 걷지 못하고, 서로에게 맞춰 걷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정한다. 《다리 절기》는 이 개념을 실마리 삼아 나와 타인, 나와 세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을 살펴본다.

우리는 뜻이 다르게 전해지면 다시 설명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익숙한 언어로 바꾸어 받아들이곤 한다. 눈앞에 놓인 대상을 이미 알고 있는 이름과 형태로 파악하려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보태도 미처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 있고, 오래 바라보아도 선명해지지 않는 모습이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격 앞에서 우리는 어떤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김미나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향과 물, 바람에 흔들리는 필사지와 소리로 펼쳐 놓는다. 〈좁은 길〉에는 필리핀 선교지에서 보낸 시간을 환기하는 코코넛 향과 마가복음 구절을 옮겨 적은 긴 필사지가 놓여 있다. 그 곁에는 술병을 비롯한 일상적인 사물들이 자리한다. 신앙과 세속적인 삶, 믿음과 의심이 한데 놓인 모습은 어느 하나의 이야기로 쉽게 묶이지 않는다.

김미나에게 분명한 기억을 지닌 사물들이 관람객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실마리가 된다. 코코넛 향은 어떤 이에게 낯선 냄새로, 필사지에 적힌 문장은 누군가에게 쉽게 읽히지 않는 말로 남을 수 있다. 같은 공간을 지나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가져가는 사람들. 함께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끝내 알 수 없는 채, 그 차이를 곁에 두고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가닿는 감각이 저마다 다르듯,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각자 간직한 거리가 있다. 장윤아는 도시가 가깝고 빽빽하게 다가올 때, 눈앞에 놓인 대상을 한 발자국 물러선 자리에서 바라본다. 흐릿해진 풍경 사이로는 선명하게 볼 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틈이 드러난다. 장윤아는 이때 생겨나는 감각과 시선에 주목하며, 이를 회화로 옮긴다.

〈낮은 곳으로〉는 빠르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어느 여름날 장면에서 출발했다. 가로수와 건물이 창밖으로 연달아 스쳐 가고, 빗물은 유리창 위를 비스듬히 가로지른다. 그는 눈으로 다 좇을 수 없었던 움직임과 색을 천 위에 옮기며, 그 가장자리 밖으로도 이어질 빗물의 흐름을 남겨 둔다.

대상을 투명하게 다 알고자 하는 욕망을 거두어낼 때, 흐릿한 풍경은 도리어 타인과 세계가 들어설 수 있는 온전한 자리를 마련한다. 장윤아가 붙잡은 그 아득한 거리감 속에서,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소유하지 않고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김미나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향과 소리, 사물에 담아 건넨다. 장윤아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자신 사이에 얇은 막을 두고 바라본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향이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좀처럼 익숙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마주하는 두 시선이 이곳에서 교차한다.

어쩌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리 낙담할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감정이 타인에게서 피어나고, 무심코 지나쳤던 모습이 누군가의 눈을 거쳐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니 말이다. 《다리 절기》는 그렇게 서로 다른 경험이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자리에 머물러 본다. 두 다리의 길이가 달라도 걸음은 이어진다. 어긋난 걸음은 서로의 차이를 지우지 않은 채, 이전과는 다른 풍경을 향해 나아간다.

전시 위치

전시진행중

서울 마포구 홍익로 10 지112호 (서교동, 서교푸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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