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갤러리 에뽀끄 개관기념전의 제목을 『음중미담 音中美談- on music & in art 』로 했다. "편안한 음악이 흐르는 일상에서 아름다운 담소를 나누며 깊은 교감을 나누자."는 바람을 담았다. 삶의 여러 기쁨 중에 '시(視)·청(聽)·각(覺)의 향유'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인간의 특권일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메인 테마로 선정한 음악 역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계 바이블 멘델스존, 슈만, 슈베르트의 명곡이다. 중진작가 7명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클래식의 여운은 볼수록 그 깊이를 더한다.
우선 멘델스존의「무언가(無言歌)」중에서 '봄의 노래'는 금동원, 김덕기, 이이남 세 작가가 해석했다.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명곡이다. 살랑 살랑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듯, 시냇물이 감미롭게 흐르는 옆길을 팔랑이는 치마를 살짝 들고 사뿐히 뛰어가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은행가 아들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모르고 자라서일까 그의 음악은 밝고 명랑하며 고전적 형식미에 낭만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금동원의 작품은 봄날의 환희를 온 세상에 퍼뜨릴 듯 화면가득 꽃이 만발했고, 김덕기의 그림은 온 가족이 꽃 그네를 타며 봄날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인왕제색도」를 영상작품으로 옮긴 이이남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담아 마치 인생의 여정을 압축해놓은 듯하다.
다음으로 슈만의 「즐거운 농부」는 김섭과 정일 작가가 맡았다. 슈만의 창작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38세 때 만든 곡이다. 매우 빠른 4/4박자의 이 곡은 왼손에 선율과 오른손에 경쾌한 리듬을 치도록 해, 마치 하루 일과를 마친 농부가 즐거운 저녁 식사를 위해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처럼 들뜨게 한다.
김섭의 경우 씨앗을 닮은 '노아의 방주'와 하트 꽃을 피운 '시크릿 가든'을 통해 농부의 마음을 담았다면, 정일은 꽃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부부의 미소로 한 없이 큰 농부의 기쁨을 표현했다.
끝으로 슈베르트의 「송어」는 석철주, 황주리가 옮겼다. 유독 베토벤을 깊이 존경했던 슈베르트는 시와 음악의 합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곡도 '유쾌하고 명랑한 송어의 뛰노는 광경'을 그린 것인데, 시냇물이 거울같이 너무 맑아서 물을 흐려놓고 화살처럼 헤엄치고 노는 송어를 잡는다는 에피소드를 표현했다.
석철주의 그림은 좀 전까진 쏜살같이 노닐던 송어들이 사랑을 위해 잠시 평화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듯하다. 물결의 파편을 연상시키는 바탕의 표현과 여유로운 송어, 붉은 하트 문양이 흥미롭게 대조를 이룬다. 선명한 원색의 하모니가 매력적인 황주리 역시 일상의 한 단면들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포착했다. 아무리 소소한 일상이라도 그녀의 차별화된 위트와 만나면 송어를 닮은 생동감이 넘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