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일 작가는 1963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미술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의 작업은 도시의 변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1990년 대학 졸업 후 경기도 고양에 거주하면서 신도시 개발로 인해 익숙했던 마을과 풍경이 철거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경험했고, 이러한 변화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초기의 작품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도시 주변부의 풍경과 그곳에 남겨진 삶의 흔적을 주로 다루었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변화하는 공간 속에 축적된 기억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회화적으로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그의 관심은 특정 지역의 풍경에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일상의 이야기로 점차 확장되었다.
박용일의 작업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보따리’다. 보따리는 물건을 담고 이동하기 위한 생활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기억과 삶, 관계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 작가는 보따리 안에 다양한 풍경과 삶의 이미지를 담아내며 개인의 기억과 사회의 풍경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한다.
최근의 ‘He-story’ 연작에서는 이러한 보따리의 의미가 더욱 확장된다. 초기 작업에 담겨 있던 도시 개발과 이주의 기억에서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일상의 소소한 행복, 위로와 치유, 연대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특히 보따리가 지닌 ‘감싸고 품는’ 성격에 주목하여 현대인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포용하는 회화적 상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박용일은 1993년 《4326 풍경》을 시작으로 《풍경-바람》, 《어수선한 풍경》, 《종이풍경》, 《He-story》 등으로 이어지는 개인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2002년 동아미술대전에서 특선했으며, 2006~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홍익대학교와 경기대학교에서 강사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