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I YOUNG CREATIVES 조효리 개인전 ≪Horizontal Cock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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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1,217회 작성일 24-08-24 13:55작가명 | 조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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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4-08-29 ~ 2024-10-09 |
휴관일 | 일, 월 |
전시장소명 | OCI미술관 |
전시장주소 |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관련링크 |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ec%a1%b0%ed%9a%a8%eb%a6%ac-horizo… 559회 연결 |
Horizontal Cocktail
칵테일 잔에 담긴 액체가 이리저리 뒤섞이며 요동친다. 중력에 의해 튀어 올라 수많은 파편을 만들기도 하고, 굵은 물줄기를 잔 밖으로 뿜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이던 액체는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 수평을 향해 나아간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끝에 시선이 닿는 순간, 시간은 잠시 멈춘다.
추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이미지화하는 조효리는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공간을 재구성한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화면은 시간이 중첩되고 반복되는 무한한 순환의 과정을 내포한 세계다. 부유하는 시선은 순간의 단면을 포착하고, 작가의 손을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지고 압축된다. 극사실적으로 그려낸 반짝이는 액체의 움직임과 매끈하고 투명한 형상들은 초현실로 빠져들게 한다.
낮과 밤, 자연과 인공, 현실과 가상이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교차하며 몽환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스티로폼을 사용하여 오브제의 실루엣을 음각으로 표현하고, 작업에 등장했던 오브제들로 만들어낸 화면은 시각적 환영을 불러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시킨다. 평면과 입체, 공간을 아우르며 회화로서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백소현(OCI미술관 큐레이터)
클리셰와 낭만의 회화적 환영
회화에서의 환영성은 대상과 배경의 선명한 외곽선을 통해 경계를 분리하여 구획해 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공간감을 구축하고 대상이 존재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회화적 형식을 따랐다. 회화적 이미지는 그리기의 기본적인 행위에서 출발하여 이미지의 환영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때, 회화적 환영은 실재에 가까운 감각을 끌어오면서도 가상과 실재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이를 통해 존립하게 된다. 조효리는 이 환영을 극대화 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의 성질을 시각적으로 물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이용한다. 작가의 회화적 실천은 그 환영성의 대전제를 바탕으로 “오류를 남겨둔 채 부유하는 시간 속에서 이미지를 낚아 올린다”.
작가는 이미지가 갖게 되는 스스로의 환영성을 구축하기 위해 사전에 대상을 선택하고 직조하는 방식부터 각기 다른 지지체의 물성과 화면을 구성 및 연출하는 기법을 다루므로, 시간과 공간의 범주를 복제, 왜곡, 나열, 재배치, 반복, 차이를 두어 캔버스 화면 안에서 대상과 시공간의 순환 구조인 하이퍼스페이스(hyperspace)를 구축하는데 주목했다. 그가 그동안 소재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근미래를 파편적으로 다뤄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설정한 동선을 통해 특정 소재와 장치들을 중심으로 시간이 순환하는 장면들을 묶어 사건화 하는데 무게를 두었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경계 위에 모호하게 걸쳐진 키치적인 화면 구성, 색채, 그리고 묘법은 동시대 종교에서 소비될 법한 인공적인 풍경과 이질적인 사물의 조합으로 묘한 장면을 갱신한다. 작가는 사물의 성질을 극대화한 회화술의 충돌을 통해 매몰되는 인간성과 현실과의 간극을 상상하게 하는 근미래의 사이버펑크적 감각을 소환한다.
전시 제목인 《수평의 칵테일(Horizontal Cocktail)》은 직관적으로 특정 이미지가 주는 대상의 클리셰와 비정형적인 시간 경험을 형상화하는데 방점을 둔다. 조효리는 화면에서 무한 재생되는 순환 구조를 시각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재출발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질서 있는 연속성의 궤적을 축적해 나간다. 작가는 지난 회화사에서 시간의 감각을 여러 방식으로 다뤄왔던 장치들, 예컨대, 빛과 색을 통해 특정 인상을 포착하기 위한 개념과 고전적인 풍경화에서 벗어나 자연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했던 독일 낭만주의, 사물과 시공간의 왜곡을 극대화한 초현실주의, 나아가, 시각적 장면의 상상을 유도하는 특정 문학, 영화적 촬영 프레임과 광고 이미지 기법 등 여러 참조점을 활용한다. 이로써, 작가는 스스로의 시선을 대상에게 부여하는 상황과 조건을 구별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공간의 간극과 유희의 규칙을 구사하게 된다.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는 조합을 빗대어 보자면, 노을 진 풍경과 통조림 체리가 꽂혀진 투명한 유리의 마티니 잔에 여러 가지 재료의 조합으로 완성된 칵테일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감각이 규칙 중 하나다. 이와 같은 설익은 이미지는 자극에 동요하는 인간의 감정과 시간을 소비하는 유희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형태를 앞세워 시공을 분할하고 운동감을 구축해 나가면서 시간을 동반하게 한다.
전시에서 주목하는 시간의 순환 구조는 대상의 질감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사물이 갖는 극단적인 질감의 표현을 통해 공간을 팽창 혹은 수축시키거나 시간을 단축 혹은 확장하면서, 실재하는 그러나 가상 환경에서 직조된 대상과 풍경을 현실로 끌어들이도록 한다. 이때, 조효리는 3D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대상을 설계하고 화면을 완성해 나간다. 그가 선택한 사물과 풍경은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게 고안된 기능들을 활용하여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사물의 형태를 직조하는 것을 넘어 가상 환경 안에서 중력을 적용시키고 풍속과 조도의 수치와 방향을 설정하므로 더욱 섬세하게 시간의 감각이 반영된 상황을 조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 참여 작품은 시간의 성질을 시각화 하기 위해 ‘액체’ 이미지를 순환하는 매개체로 활용한다. 작가는 액체의 중력과 마찰로 인해 사방으로 움직이는 투명한 입자에 초점을 둠으로써 부유하는 시간에 형태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투명한 칵테일 잔들을 등장시킨다.
가상 환경에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조형적 아이디어를 전개하기 위해 사전에 유통된 레디메이드적 개념의 오픈소스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여 삼차원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채택한다. 그러나 조효리는 사물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차원을 넘어 모델링 인터페이스 내에 도구들과의 관계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 ‘데스크탑 메타포’의 매개에 의지해 행위적, 기호적 차원에서 스크린 내부에서 철저히 재현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태도는 백지 상태에서 깊이(depth)의 축이 반영된, 즉 중력의 방향을 디폴트로 삼고 삼차원으로 대상을 직조하는 것에 기인하여 스크린 내에서 재현되는 물질성을 재해석하게 된다. 여기서 동반되는 원근감의 표현은 대상의 초점을 어디에 위치시키는지에 따라 주변의 선명도가 달라지면서 미세하게 분사되는 에어브러쉬의 효과를 극대화 한다. 조효리에게 프로그램의 가상 환경은 입출력의 장소에서 일종의 항해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손과 눈의 협응을 통해 벡터적 힘들이 조우하는 장소로, 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와 실재하는 물리적인 캔버스 사이를 재정의함으로써 체현된(embodied) 회화 형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이 경계의 전복은 시공간 영역의 전후를 개입시켜 구현되는 가상의 화면을 관객으로 하여금 현 시간 속에 위치시키거나 그 바깥에 서도록 한다.
이러한 태도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전시 동선의 시작은 전시장 도입부에 앞뒤로 설치된 자동차 실내에서 바깥 풍경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출발하는 영화적 장면의 캔버스(Cocktail To Go, 2024)다. 이 작품 뒷면에 붙은 또다른 캔버스는 일종에 자화상(Sunglasses and Mask, 2024)으로, 작가는 차량 안에 위치한 자신의 신체, 그러나 신체가 소거되고 선글라스에 반사된 차량 정면의 유리 바깥 공간을 전시장의 원거리에서 보도록 한다. 시선 안과 밖을 동시적으로 투영한 내외부를 매개하는 두 개의 캔버스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안과 밖, 그리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전복시키는 시퀀스가 전시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을 암시한다. 이와 더불어, 곳곳에 등장하는 해가 뜨고 지는 상반된 운동감과 시간의 양 축 경계에 위치한 노을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동시적으로 지속하는 시간의 흐름 그 중심에 있는 상징적인 풍경(Horizon, 2024)이자, 터너의 낭만적인 풍경에서 비롯된 재현과 서사를 회화적 물성으로 구현한 풍경화의 전형이기도 하다. 신체가 소거되고 신체 바깥을 투영하는 매개체를 통해 해석한 자화상에서 출발한 작품은 꽤나 낭만적이다. 연이어 조효리가 감각하는 낭만의 풍경은 기울어진 술잔 바깥으로 넘치게 흘러내리는 액체가 곧 노을 빛의 바닷가(Horizontal Cocktail, 2024)가 되고,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기까지의 자연의 섭리(The Boy Who Swallowed a Star, 2024)와 카프카의 단편소설에서 독수리가 부리로 화자의 몸을 관통하여 죽음으로 해방되는 감각(해방, 2024), 그리고 터널을 관통하는 무한 루프의 워프(WARP)와 같은 것(Tunnel, 2024)이다.
나아가, 공간과 표면에 대한 조효리의 관심은 스티로폼 CNC로 가공한 음각과 양각 부조 오브제인 샴페인 잔 타워와 히에로니무스식 풍경을 암시할 법한 배경(Cheers!, 2024)이 표면 위에 공존한다. 이와 같이, 지지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양감을 직조해 버리는 작가의 입체감에 대한 열망은 역설적이게도, 원격으로 사물의 현존을 구축하고자 하는 태도로부터 서사의 본질을 압도하면서 회화의 환영성을 상실하고 사물 자체에 주목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작가가 스티로폼 뒷면의 음각인 빈 공간에 실제로 사용하던 기존의 장비들을 틀에 맞게 끼워 넣으므로 사물들이 보유한 시각적 입체감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낭만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 삼차원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 공간이 여전히 이차원인 그림 표면에 머무름으로써 공간적인 모호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로써, 조효리의 회화는 배경-대상-질감 사이의 공간과 표면이 레디메이드적인 질감을 실현하고 허구적 사건들로 축적된다. 나아가, 작가의 스크린 내에서의 조형과 중력의 충돌은 그가 대상을 바라보고 감각하고자 하는 태도와 회화의 시각성에 대한 성찰을 촉각의 차원인 신체 감각의 재배치 문제로 확장하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작가의 회화적 실천의 세계와 관계를 맺도록 하고 생경한 시간의 허구적 경험으로 이끈다.
추성아(리움미술관 큐레이터)
작가 약력
학력
2022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평면전공 전문사 졸업
201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Horizontal Cocktail, OCI미술관, 서울
2021 Extended Play, 갤러리 아노브, 서울
2020 Your Clock is BEHIND / Your Clock is AHEAD, 갤러리 엔에이, 서울
주요 단체전
2023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일민미술관, 서울
내추럴 레플리카, 김희수아트센터, 서울
윈도우 리컨스트럭션, 아마도 예술공간, 서울
Bring to Light, 프롬프트 프로젝트, 서울
2022 물거품, 휘파람, 두산 갤러리, 서울
용도의 쓸모 – 사용자 친화적, 을지예술센터, 서울
Axis 2022, 021갤러리, 대구
Another Asian Artist, 더 샵하우스, 홍콩
The Seasons, 디스위켄드룸, 서울
2021 공중체련(空中體鍊), 라라앤, 서울
섣부른, BGA마루, 서울
2020 BGA Offline Showcase PHYSICAL, 팩토리2, 서울
2019 Clearly Blurry Air, 중간지점, 서울
수상 / 선정
2023 2024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연락
chohyor31@gmail.com ㅣ www.chohyori.com ㅣ @chohyori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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