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따라 잎새처럼 Following the cloud like leaves / 양태숙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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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5,450회 작성일 10-02-22 17:06전시기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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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구름따라 잎새처럼 Following the cloud like leaves
양태숙展 / YANGTAESOOK / 楊泰淑 / painting
2010_0220 ▶ 2010_03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양태숙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자유와 희망을 담은 자아(自我)로서의 잎사귀-1. 나뭇잎과 구름의 대화 ● 화가의 상상력에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화가가 온 몸으로 경험하는 환경일 것이다. 에드가 알렌 포우(Edgar Allen Poe)의 단편들에서와 같이 오래된 이끼가 뒤덮인 고풍스러운 낡은 집이 영감의 실질적인 원천이었던 것처럼, 집과 같은 공간을 통해 미묘하게 구축해 나가는 시적 명상들은 작가 양태숙의 작품을 일구어내는 중요한 요인이다. 깊고 높은 하늘과 검고 짙은 자궁의 밤, 생명으로 가득 찬 나무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작가의 작업실은 인적하나 없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나무와 새들을 소담하게 그려내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장자(莊子)적 사유를 관조하는 작가는 "나뭇잎과 구름"이라는 설레는 랑데부를 시도하고 있다.
- 양태숙_두시와 세시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10
하늘에 목을 내민 나무와 세상으로 비유한 인간의 작은 모티브가 소담하게 어우러진 그의 조형세계는 늘 그렇게 푸르른 잎사귀와 꿈으로 부풀어 오른 구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자연을 집안 내부로 끌어들여 구름이 요리가 되고 나뭇잎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나 바다 속을 헤엄치는 구름, 산이 되어 나무를 길러내는 잎사귀, 이들은 모두 역발상적인 사고의 자유로운 경계의 해체 또는 융합, 사물의 고정된 관념을 뛰어넘은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범우주적인 나무를 향한 본성과 그리움에 천착한 작가가 나무의 변신체인 잎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인 귀착점으로 보인다. 나뭇잎을 통해 작가는 더 많은 사유의 자유로움을 획득하였을 것이며,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며 생각하는 나뭇잎으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나갈 것이다. 전작에 비해 한층 더 일상적인 기물들을 화면에 끌어들임으로써 현실과 환상, 실재와 허구, 지각과 사유, 대상과 공간, 질서와 혼돈이 상큼하고 경쾌하게 결합되어 곳곳에 작가의 빛나는 감성이 녹아있는 화면들로 연출된다. 그리고 그 삶의 모습은 정직하게 현재의 자아의 존재감을 즐거운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 양태숙_나의 그림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0
2. 나뭇잎=구름=나 ● 잎으로 섬세하게 퍼져있는 잎맥은 작가의 핏줄, 숨결, 숨소리로 우주의 거대한 소리 아님, 우주의 미세한 생명의 소리를 듣는 정신과 같다. 눈을 달고, 귀를 열고 나뭇잎은 세계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시원한 한 줄기의 바람이 일어 졸고 있는 물결의 파동을 밀어내고 배를 띄운다. 하늘 위를 떠다니는 쪽배엔 잎은 사공이 되고 구름은 수줍은 엉덩이를 가지런히 담은 여인이 된다. 이것은 전작(前作)에서 나무가 작가의 대체물로 거시적인 세계에 관한 이입의 단계였다면 근작들은 미시적인 세계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삶으로의 소소함에 즐거움을 느끼며 자연합일(自然合一) 안에서 느끼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정신적 승화의 확장과 구체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자연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자연을 경영하고, 내면에서 갈구하는 표정이 풍부한 대자연의 생명성을 더불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범우주적인 세계 안에서 유한 존재로써의 작가 자신의 위치를 겸허히 인정하면서 빚어지는 생의 따뜻한 시선이 화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 양태숙_먼길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10
나뭇잎과 구름은 둘 다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도상학(iconography)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물론 나뭇잎은 고유한 형태를 간직한 유형의 물질이지만 구름은 기의 덩어리인 비물질로써, 수증기가 변화무쌍하게 자신의 존재를 변환시킨 변형태이다. 즉, 구름 그 자체는 우주의 신비한 에너지의 흐름을 증명하는 존재인 것이다. 바람은 구름을 일으키며 구름은 나뭇잎(작가의 자아)을 태우고 먼 시간으로의 떠남과 만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구름은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 볼 수 있다. 작가는 나뭇잎으로 구름으로 형상을 변화해 나가면서 자유를 위한 갈망의 의지를 끊임없이 이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뭇잎과 구름 그리고 나"는 작가의 숨길 수 없는 들켜버린 강력한 자유에로의 욕구의 표출인 것이다. 사실 나무와 나뭇잎의 관계는 체용설(體用說)로써 이해할 수 있다. 체는 움직이지 않는 고유의 본성적 존재라면 용은 그 본성을 활성화시키고 그 의지를 전달하는 도구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태양과 찬란히 빛나는 생명창조의 빛과 같다. 그래서 나무가 견고히 대지를 박차고 자라나 태양과 교합하고 나무의 뜻을 품은 잎사귀는 숨을 쉬고 하늘을 여행하는 것이다. "나무의 언어를 갖고 잎사귀가 구름에게 달려 간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들은 그렇게 굳센 의지를 품고 영원한 자유에로의 만남을 꿈꾸는 것이다.
- 양태숙_섬_캔버스에 유채_60.6×72.2cm_2009
3. 푸른 잎사귀는 강한 희망의 상징 ● 양태숙의 화면에 있어서 형태가 명징한 조형의 명쾌함은 분명 민화의 조형적 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음이다. 단순함으로 오는 서술의 명확함과 환기성은 의미전달이 명료하며 강력한 감정적 파장을 이끌어 낸다. 진 쿠퍼에 의하면 "푸른 나뭇잎은 강한 희망에의 상징"이라 하듯이 작가는 자아로 대별되는 나뭇잎을 그려냄으로써 싹이 돋고 꽃을 피우는 나무의 굽히지 않는 희망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의 갈망하는 미래의 긍정과 푸른빛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 양태숙_하늘배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0
- 양태숙_구름새_캔버스에 유채_24.2×33.4cm_2010
작가 양태숙의 작품세계는 밀도 높은 감성과 서정성을 보인다. 이는 조용히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에게 길러진 특유의 정서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조형에 있어서 미술사적 시작이 초현실주의로써, 현실을 또 하나의 환상으로 풀어내는 지극히 마그리트적인 내용에서 시작되고는 있지만, 소재의 선택과 내용은 동양적인 자연관과 그 자연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전통성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화면을 대하노라면 관자의 마음은 잎이 숨쉬는 화면으로 끌려 들어가 형체가 없이 녹아버리고, 화면과 내가 하나가 되어 바다가 된 하늘을 유유히 노닌다. 이것이 양태숙 작품이 가진 힘인 것이다. 사막에서 만나는 한 모금의 맑은 물과 검은 밤의 별인 것처럼. 이는 격정적 감정의 표출을 절제하여 일체의 긴장도 감정의 기복도 없이, 작가의 깊은 심연의 숨겨둔 심상(心象)을 담담히 건져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박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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