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산수화 / 조용식展 / 인더박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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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9,240회 작성일 09-05-21 11:30
전시기간 ~
전시장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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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산수화

조용식展 / CHOYONGSIK / 趙勇植 / painting

2009_0502 ▶ 2009_0525 /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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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山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27×35cm_2009

인더박스 갤러리
GALLERY IN THE BOX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7번지
Tel. +82.2.540.2017
www.galleryinthebox.com






자연을 닮은 휴식 같은 산수화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 그 속에 펼쳐진 집과 논밭과 길들. 자연의 품에 깃든 평화로운 정경이다. 집과 밭과 길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산세나 골짜기의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착한 경치’다. 조용식의 그림에는 주연과 조연이 없다. 산, 집, 나무, 밭, 길, 물 따위가 모두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림을 감상할 때 구석구석 골고루 눈길을 주게 된다. 이 주연 없는 그림을 재대로 감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양화와 전통회화의 차이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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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영월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60×9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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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꽃봉산에서 바라 본 산청마을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석채_60×90cm_2008


채색산수화를 음미하기 위한 에피타이저 

서구식 교육에 물든 현대인에게 전통회화의 ‘시방식(視方式)’은 낯설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서양화의 투시도법이나 공기원근법 같은 원근법은 대상의 멀고 가까움을 보는 사람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전개한다. 이때 세계의 중심은 대상을 보는 ‘나’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전통회화는 ‘고원법(高遠法)’, ‘심원법(深遠法)’, ‘평원법(平遠法)’의 삼원법(三遠法)의 적용을 받는다.
고원법은 대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본 것처럼 그리는 방법이고, 평원법은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 본 것처럼 그리고, ‘부감법’이라고도 하는 심원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것처럼 그리는 방법을 말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처럼 전통회화에는 삼원법이 한 그림에 모두 들어 있다. 따라서 상하, 좌우로 본 풍경이 화폭에서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서양화의 경우에는 감상자가 그림 밖에서 풍경을 감상하게 되지만, 전통회화에서 감상자는 그림 속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으로 감상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풍경을 보는 방식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한 자리에 서서 드넓은 풍경을 좌우로 둘러보거나 상하로 굽어보고 또 올려다보며 감상한다. 이런 방식을 그림으로 구현한 것이 전통회화다. 실제 풍경을 보듯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전통회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마치 서양화를 보듯이 전통회화를 감상하면 ‘그림의 당도(糖度)’는 당연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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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매화가 핀 마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41×60.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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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선암마을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27×3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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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제천_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_27×35cm_2009


생생한 ‘실경’에서 아늑한 ‘심경’으로 

조용식은 실제 풍경을 사생(寫生)해서 그린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장난감 같은 집들과 형형색색으로 펼쳐진 논과 밭,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길들, 그리고 서로 겹쳐지면서 멀리 솟아 있는 산들. 그는 고갯마루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화첩에 담으며 낯선 풍경과 사귄다.
이런 과정은 풍경과 교감하는 진지한 ‘연애 과정’이기도 하다. “내 그림에서 주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은 고갯마루에서 사생한 풍경을 화면 안에 재배치하고 삼원법에 기초를 두면서도 부감법에 의지한 관념적인 구도와 형태로 이루어진다.”(조용식, 이하 인용은 동일) 그에게 강원도 일대와 남도 등지를 답사하며 포착한 사생은, 소중한 그림의 씨앗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실에서 씨앗을 발아시킨다.
하나의 씨앗을 꽃 피우려면 바람과 물과 공기가 필요하듯, 사생 역시 지난한 숙성 과정을 거친다. 풍경과의 연애에서 받은 느낌과 사생한 풍경이 교접하는 가운데, 그림은 신생의 날개를 단다. 이때 날것의 ‘풍경’은 마음이 훈제시킨 ‘산수’로 신생한다. 그것은 “현장체험과 사생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풍경과 관념적 풍경이 적절한 조화”로 나타난다. 여기에 화가의 모든 것이 녹아든다.
삶의 희로애락과 세계관, 조형관 같은 무형의 기운들이 형태와 채색에 고스란히 수혈된다. “나에게 그림이란 다름 아닌 인간이 삶의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사색을 통해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내면에 축적되고 체질화시킨 다음 그 삶의 흔적들을 끄집어내어 화면에 잘 드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전통회화에 밝지 않은 사람들은 조용식의 그림을 서양식 풍경화쯤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런데 그것은 풍경화라기보다 산수화다. 자연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풍경화라면, 산수화는 마음속의 자연을 그린 그림이다. 이런 그림에는 ‘심경(心景)’이 담겨 있다.
특정지역의 풍경에 마음이 ‘플러스알파’된 그림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심경을 통해 단순한 풍경 이상의 감동에 젖는다. 조용식의 산수화는 흔히 ‘채색산수화’라 부른다. 그는 ‘채색화 사랑’에 빠진 독실한 채색화 신자(信者)다. 수묵화가 먹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채색화는 안료로 그린 그림이다.
수묵화는 일필로 먹의 번짐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채색화는 물감을 덧칠하며 마티에르 효과는 물론 소재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실경산수화의 시점과 새로운 채색화 기법으로 동시대 풍경을 해석”한 채색산수화는 마치 서양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이유는 마티에르 때문이다.
그는 작업을 할 때, 먼저 화면에 석채 같은 안료를 아교에 섞어서 마티에르를 조성한 다음 채색을 한다. 이런 그림은 표면이 부드럽지 않고 농사꾼의 손등처럼 거칠다. 그 위에 다정다감한 풍경이 펼쳐지고, 화가의 손맛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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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_제천의 봄_한지에 호분, 분채, 석채_33×41cm_2009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친화적인 그림 

서양의 자연관이 자연을 개발 대상으로 본다면, 동양의 자연관은 더불어 공존하는 자연이다. 따라서 화가들은 자연을 그리되 삼원법을 통해 그림 속에서 천천히 거닐 수 있게 한다. 서양화처럼 바라보고 마는 자연이 아니다. 마음껏 즐기면서 산책할 수 있는 자연이다. 먹고 사는데 멱살 잡힌 현대인에게 자연은 ‘여백’ 같은 휴식처가 된다. 이런 자연을 담은 조용식의 채색산수화는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운 안식처가 된다. 그래서 말한다.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이 문명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내 그림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의 그림은 ‘마음에 약이 되는 그림’이다. ■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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