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 Fairy tales / 박소연展 / 송은갤러리 SONGEU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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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5,690회 작성일 09-05-21 11:24전시기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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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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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 Fairy tales
박소연展 / PARKSOYEON / 朴昭姸 / painting
2009_0501 ▶ 2009_0521
박소연_the spring sce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55cm_2009
송은갤러리_SONGEUN GALLERY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2.527.6282
www.songeun.or.kr
‘Blooming Fairy Tales’라는 전시부제가 알려주듯이, 박소연의 작품에는 옛날이야기가 만발하다. 그림에는 동화적이거나 자기반영적인 서사를 이끌어가는 무대와 그 내부를 채우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작품「마법에 걸린 왕자님」(2008)처럼, 기존의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부터「아이스크림 나라의 봄날」(2007)처럼, 새로운 상상력으로 채워진 이야기들까지 다양하다.「마법...」에 드리워진 보라색 커튼은 연극무대의 속성이 강한 그림의 배경을 예시하며,「아이스크림...」에서 전방에 눈사람 형태의 캐릭터는 이국적인 가상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이 역할은 인형인지 사람인지 모호한 캐릭터로, 작품의 나레이터라고 할 수 있는 작가를 강하게 투사한다. 2006년 첫 개인전 ‘작은 세상과 마주하다’를 시작으로, 박소연의 작품에는 무대의 장치들이 많이 등장한다. 세상을 향해 뚫린 창이라는 회화의 비유는 연극 무대로 전환되었는데, 이 무대는 세상의 한 단편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을 투사하는 심리극에 가깝다.
작품「the shadow play」(2009)는 아예 그림자 연극이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작품「the spring scene」(2009)은 천상으로부터 등장하는 여신이 걷혀지는 푸른 장막으로 다가오는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주인공과 부속 캐릭터들은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처럼 차가운 색의 장막을 걷어내고 떠오른다.
박소연_the shadow play_장지에 채색_85.5×150cm_2009
「behind the scenes」(2009) 시리즈에서도 푸른색이나 보라색 커튼을 젖히고 등장하는 밝고 따뜻한 계열의 색채와 형태로, 차가운 현실 속에 감추어진 따뜻한 유년의 세계를 표현한다. 봄으로 상징되는 유년기는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는 현실과 달리, 변화무쌍한 생성의 시기로 환상의 세계와 밀접하다. 작품「the four seasons」(2009)처럼, 이 세계에서는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고, 시공간의 질서를 초월할 수 있는 존재인 날개 달린 천사가 함께 한다. 인형은 아이들의 친구로, 유년기를 상징하는 도상이다. 인형과 대화하고 인형에 자신을 투사하며, 그것들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유년기는 강력한 보호를 받는 시기로, 성인이 되어 맞게 되는 현실원칙에서 벗어나 상상과 사유의 전능이라는 쾌락원칙이 통하는 시기이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강한 향수를 자아낸다. 유년기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은 예술의 본질적인 속성에 내재되어 있다. 박소연의 작품 속 인형들이 대부분 어린 소녀이다. 거기에는 남성이나 노인이 없고, 10대 후반에서 멈추어져 있다. 작품 속 캐릭터가 여성인 자신의 유년기와 밀접하다는 뜻이다. 작품「9번째 생일」(2009)은 9개의 촛불이 켜진 케익을 머리에 왕관처럼 쓴 아이가 등장하고,「the Eskimo girl」(2009)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피를 두른 여자 아이가 환상의 나라로 날아오를 마법의 빗자루를 들고 있다. 박소연의 작품에서 아이는 작품 제목「expectation」(2009)에 나타나듯이, 앞으로의 기대와 가능성, 잠재력을 상징한다. 아이-인형은 지나간 과거만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동시에 암시하는 것이다.
인형과 인간이 중첩되어 있는 박소연의 작품 속 캐릭터는 마치 관객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많은데, 그것은 유년기가 사진으로 남아있는 것과 유사하며, 주체의 거울상 같은 차원을 가진다.
박소연_the role-pla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52.5cm_2009
작품 속 인형들은 작가가 국내외에서 수집했던 것들이 참조되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자신이 창안한 형태이다. 인형들은 이것저것이 섞여 국적 불명의 의상을 걸치고 있으며, 이전에 발표한 작품 속에는 한국의 전통 인형극에서 참조한 소재들도 있다. 한국화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작가는 이 부분을 앞으로 더 연구하겠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계속 똑같은 형태가 나오는 러시아 인형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 반복된 구조 속에서 맨 마지막에 인형-인간이 나온다는 차이가 있으며, 표면에는 보고 싶은 풍경을 넣어 그것을 인형이 보여준다는 설정이다. 실제 인형은 나무로 되어 있지만, 옷자락처럼 들려 있다. 정사각형의 장지에 그려진 작품「the fortune-tellers」(2008)에서, 내부로 축소되면서 반복되는 인형 아래 용기(容器) 부분에 노란 솔방울이나 파도치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그려 넣었으며, 가운데에 서 있는 여인이 치맛자락처럼 스크린을 들어올린다.
겹겹이 둘러싸는 구조가 똘똘 말려 있는 형태로는「the dreaming Matryoshka」(2007)가 있다. 몸통은 무늬나 풍경으로 뒤덮여 있다. 작품「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내렸어」(2007)에서도 보여지듯, 겹겹의 층으로 에워싸인 공간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여성이다.
박소연_behind the scenes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5×53cm_2009
용기 표면에 그려진 눈 내리는 동화 속의 집은 여성적 영역으로 설정된 내부 공간의 사적이고 닫힌 구조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여성의, 유년의,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내부는 벗어나야 하면서도 회귀하고 싶은, 불안과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비밀을 감추는 표면은 끝없이 이어지고, 종국적으로는 여성-작가-인형이 등장한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다소간 읽기 어려운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비밀을 담고 있는 유혹적 표면, 깊숙한 항아리, 또는 상자의 은유는 판도라의 신화가 알려주듯, 유혹과 금기위반에 관련된 여성의 이미지이다. 표면과 이면의 괴리는, 상반된 여성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요부(femme fatale)와 아이 같은 여성(femme enfant)에 공히 적용된다. 로라 멀비는 환영적 투사가 일어나는 여성의 몸 이미지를 내부가 숨겨진 유혹적 표면으로 해석한다. 박소연의 작품에서도 여성의 몸은 에워싸는 공간으로서 파악된다. 이러한 구조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 섹슈얼리티에 의해 발생하는 위협과 수수께끼의 재현으로 사용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소연의 작품에서 ‘유혹의 가면 뒤에 숨겨진 불가사의로서의 여성성, 위반을 감행하는 위험한 여성의 호기심’(로라 멀비)은 어둡고 불길하기보다는 밝고 따뜻하다. 그것은 남성적 관점이 아닌, 여성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은 로라 멀비가 결론짓듯 가면 뒤에는 아무 것도 없으며 베일도, 밝혀져야 할 빈 공간도 없다. 단지 존재하는 것은 부인과 부정의 흔적, 변화하는 기표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인지 인형인지, 자아인지 타자인지 모호하게 처리한 등장인물들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야기한다. 공간예술인 그림에서 시간의 흐름을 통해 전개되는 연극적 내러티브 역시 모호하다.
박소연_the fortune-tellers_장지에 채색_130×130cm_2008
작품 「the role-play」(2009)는 정원 같은, 또는 꽃 잔디가 그려진 카펫 위의 소녀들을 그리고 있는데, 숨바꼭질하고, 대화하며 목마를 타지만, 여기에는 어떤 분명히 전달되는 이야기가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이 구획된 공간 안에서 각자 열심히 놀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적 무대에서 노는 인형들을 그리는 박소연의 작품에서 인형이나 무대와 같은 키워드와 동렬에 놓이는 개념이 바로 놀이이다. 유희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는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며 일련의 규칙을 따른다. 놀이는 자유로움과 몰두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예술과 동렬에 놓이며, 가혹함과 권태로움이 지배하는 삶과 구별된다. 박소연의 인형 놀이가 가지는 무대 적 속성은 그것이 일상적 세계 한가운데 있는 일시적 세계들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많은 학자들이 놀이가 펼치지는 시공간의 특수성을 지적한다. 놀이의 영역은 ‘닫혀 지고 보호받고 따로 잡아둔 세계, 즉 순수 공간’(카이유와)이며, ‘일정한 규칙이 지켜지고 있는 신성하고 분리된 영역’(호이징가)을 말한다. 놀이는 일상의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일시적인 세계인 것이다. 놀이의 경계선 밖, 즉 인생이란 일종의 정글로, 거기에서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놀이하는 인간은 세계를 다르게 만들어서 세계로부터 벗어나려한다. 로제 카유와는『놀이와 인간』에서 놀이는 현실생활의 정상적인 상태인 혼란을 완벽한 상황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박소연의 작품에서 구체적인 배경이 삭제된 무대적인 공간을 고수하는 것은 이러한 안정된 시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박소연_the dreaming Matryoshka_장지에 채색_27×22cm_2007
이러한 시공간은 유년기와 중첩되는 것으로서 독특한 심리적, 생물학적, 문화적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놀이의 공간은 심리학자 위니코트가 개념화한 ‘잠재 공간’과 연관된다. 위니코트는 상징적 시공간으로서의 문화를 대한 개인의 심리 발달로 설명한다. 어머니와 한 몸이었던 어린아이에게 어머니와의 분리를 뜻하는 현실감과 현실원칙은 하나의 모욕이며, 시련이다. 아이들은 객관적으로 지각되는 것과 주관적인 것 사이의 중간 영역에 속하는 일시적인 사물들-박소연의 경우 인형-을 활용한다. 이 중간영역이 바로 ‘잠재적인 공간’이다. 아이들은 상징들을 이용함으로서, 잠재적인 공간을 상징으로 꽉 채워 격리 상태를 모면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현실 원칙에 도전받지 않으려는 이 중간영역을 필요로 한다.
원래 아이와 엄마 사이에 존재했던 이 잠재적인 공간은 아이와 가족 사이에서 개인과 사회, 혹은 세계 사이에서 관념적으로 재생산 된다.
박소연_마법에 걸린 왕자님_장지에 채색_45.5×53cm_2008
위니코트는 이 중간 영역을 현실원칙이 가하는 쓰라림으로부터 구원받도록 하는 문화적인 체험의 장이라고 한다. 이 중간 영역이 펼쳐지는 여러 가지 방식에 의해 종교와 예술, 그리고 놀이들이 생긴다. 인간과 달리 동물들에겐 이러한 상징적 매개공간이 빈약하다. 인간의 유년기는 어느 동물들보다도 길다. 그리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상징적 공간도 길어진다. 인간의 놀이는 단지 삶을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라, 특별한 목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무목적인 행위가 없다면 인류는 다시 동물적인 상태로 떨어져 버릴 것’(장 뒤비뇨)이다. 바로 이 점이 놀이와 예술의 연결고리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어린아이가 가장 애착을 느끼고 몰두하는 것은 놀이이다. 놀고 있는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는 면에서, 즉 그 세계의 사물들을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배치하고 있다는 면에서, 마치 예술가처럼 행동한다. 작가로서의 박소연은 결국 노는 아이와 동일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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