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침의 기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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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4 댓글 0건 조회 2,211회 작성일 23-07-28 18:08작가명 | 김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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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3-08-10 ~ 2023-08-21 |
초대일시 | 2023-08-10 |
휴관일 | 없음 |
전시장소명 | 아트 포 랩 Art For Lab. |
전시장주소 | 140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33번길 22 지하 1층 아트 포 랩 |
관련링크 | https://blog.naver.com/art-for-lab/223168692794 961회 연결 |
관련링크 | https://art-for-lab.space/forum/view/892189 767회 연결 |
펼쳐진 사물들 : 기묘한 타자와의 조우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안양시와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주최 및 후원하는 ‘2023 안양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의 <신진예술가 지원>에 선정된 김귤이 작가의 개인전 《펼침의 기호들》을 오는 8월 10일(목)부터 8월 21일(월)까지 개최한다.
바야흐로 ‘생동하는 물질’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속세에서 익숙하다 못해 눈길도 주지 않던 것들이 예술 현장에 속출하고 있다. 뒤샹이 화이트큐브 안으로 변기를 들여온 순간 예견된 이 세속적 물건들의 난동은 김귤이(b.1990)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본 전시 《펼침의 기호들》에서는 회화와 설치 작업을 통해 그간 작가가 우연성을 기반으로 결합해 온 추상적인 기호의 형태가 마치 욕망이 상승하는 모양새로 증식하며 번져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보통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의 끝에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김귤이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욕망의 정동을 추적하며 펼치는 행위로 인식된다. 따라서 그는 작업에 서사적 의미를 담기보다 자신의 일상 및 창작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사건에 집중하며 인과관계에 뚜렷하게 종속되지 않는 형태를 캔버스와 설치 작업으로 옮겨온다.
작품 혹은 전시에 당도한 관람자에게 부과되는 ‘자유롭게 감상하라’는 문장은 자유를 빙자한 채 보는 이에게 숨겨진 의도를 낱낱이 파헤치라는 명령과 의무를 지운다. 김귤이가 몰두하고 있는 형식 안에서의 서사적 극복은 사회적 관계 혹은 타자에게 종속되지 않으려는 자율성의 엄격한 통제라기보다, 창작자의 욕망하는 행위와 언어가 곡해되지 않고 감상자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가깝다. 김귤이의 작품 속 기호들은 감상자의 욕망에 의해 의미를 해부하듯 맡겨놓은 서사를 내뱉어야 하는 상징물의 의무를 비웃듯이 따돌리며 창작자의 욕망의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현실 세계의 복잡다단한 결을 무화시키는 자연의 간결함과 색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왔던 작가에게 일상적 순간에서 포착된 ‘익숙한 사물들의 낯선 움직임’은 자연과 철저하게 분리된 문화적 산물이라기보다 함께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며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지닌 또 하나의 연속적인 자연 현상으로 여겨진다.
분홍빛 고깔 아래 길게 늘어진 검은 몸통과 작다 못해 하찮게 느껴지는 조그마한 인형의 발로 구성된 이질적 조합의 사물은 <나를 찌르는 기호 : 핑크 피라미드, 목이 세 개 달린 괴물 개, 가면 쓴 몸통, 숙주 같은 거, 그 아래로 펼쳐지는>(2023) 이라는 기이한 장문의 이름과 함께 전시의 초입에서 목을 길게 뺀 채 관람자를 맞이한다. 이렇듯 이질적인 사물들의 조합이 너무나도 쉽게 살아있는 유기체로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두고 미국의 정치이론가이자 철학자인 제인 베넷(Jane Bennett, 1957~)은 사물들에 내재한 활기의 존재를 일깨우며 인공물들은 더 이상 인간이 부여한 기호에 종속되는 무력한 객체가 아니며, 따라서 비인간 사물들과의 평등한 관계를 모색하고 경험해 볼 것을 주장한다.[1] 이러한 관점 아래 김귤이의 창작 과정 속 작가(author)-사물(object)-재료(material)-작품(artwork) 등 나란히 놓인 행위소들의 배치는 일시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직선적 위계가 소거된 수평적 관계를 묘사한다.
김귤이 작가가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밀착된 자기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그는 종종 작가로서, 작가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많은 것을 꺼내 보이고 설명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느끼곤 했다. ‘귤을 좋아하는 기쁜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은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삶에 쌓여가는 역사적 무게 혹은 먼지를 덜어내고 또 털어내고자 스스로에게 지어준 예명이다. 작가의 홈페이지 주소명인 “Orange is the new black" 또한 동명의 드라마를 연상케 함과 동시에 패션계에서 대명사와도 같은 색상인 검정 대신 주황으로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는 뜻의 숙어로, 작가 자신 또한 그렇게 예술과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다짐을 담고 있다.
이 곳에 도착한 어떤 감상자가 한 작품의 서사를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뭉쳐진 실타래가 당겨져 풀려나오듯 작업 간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자신을 향해 넝쿨째 굴러오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색하지만 차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문고리에 손을 얹은 순간 들려올 목소리에 대답할 말을 신중하게 골라보자. “정말로, 진심으로, 이 문을 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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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인 베넷, 『생동하는 물질』, 문성재(역), 서울:현실문화, 2020, p. 43.
김귤이 개인전 《펼침의 기호들》
일정 | 2023. 8. 10(목) - 8. 21(월)
매일 11:00 - 19:00
장소 | 아트 포 랩 Art For Lab.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 33번길 22,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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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귤이
전시서문 | 박하은
그래픽디자인 | 보인다스튜디오
기록 사진 | 초점과 온점
후원 | 안양시, 안양문화예술재단
본 전시는 2023 안양 문화예술인 지원사업
<신진예술가 지원> 선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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