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cure fact / 이은하展 / 갤러리킹_GALLER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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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4,522회 작성일 09-04-02 14:18전시기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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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obscure fact
이은하展 / LEEEUNHA / 李恩河 / photography
2009_0314 ▶ 2009_0403 / 일요일 휴관
이은하_obscure fact_C 프린트_123×90cm_2009
초대일시_2009_0314_토요일_06:00pm
갤러리킹 기획展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 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그늘진 공간에 한줄기 빛이 창문너머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은 공기 중을 부유하던 수 천 개의 먼지 입자들이다. 예전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던 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림자, 환영과 같은 애매한 것으로 일상의 배후에 남겨진다. 육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세계에 뜻밖의 섬광이 들이닥쳤을 때 노출되는 것은 빛에 의해 소외되었던 시뮬라크르이다. 여기, 무심한 일상 속 존재들의 얼굴을 어둠 속에서 밝히는 작가가 있다. 미디어 작업을 해온 이은하의 스캐닝 작업은 일상적 사물의 표면을 세밀하고 극적으로 묘사해낸다. 이는 19세기 중반의 ‘회화주의 사진’이나 디지털 매체로 새롭게 대두된 ‘디지털 픽토리얼리즘’과 형식상 유사해보지만, 그의 스캐닝 작업이 조작과 변용은 제외한 채 스캐너라는 매체 자체의 속성을 탐구한 결과라는 면에서 앞선 사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스캐닝 작업은 TV 모니터, 빔 프로젝트 등 영상 매체의 하드웨어적 특징을 영상과 병행하여 실재와 환영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작가의 미디어 작업에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공간에 환영을 직접 투사하는 빔 프로젝트와 박스 속에 재현된 가상 세계인 모니터를 동시적으로 실제 공간에 사용했던 그의 미디어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에 앞서 디지털 매체에 내재된 특성으로부터 고찰된 것이다.
이은하_obscure fact_C 프린트_147×107cm_2009
이은하_obscure fact_C 프린트_145×113cm_2009
디지털 매체에 대한 작가의 본질적인 관심은 스캐닝 연작의 초기에서부터 살펴 볼 수 있다. 영상 작업을 하던 작가는 손과 같은 신체의 일부분을 스캐닝하는 「obscure hand」를 시작으로 스캐닝 연작을 병행해 오고 있다. 「obscure hand」에서는 실존하는 신체를 검은 화면에 잠긴 인공적이고 가상적인 이미지로 대상화시켰으며, 이후의 「obscure time」에서는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분절된 선들의 연속이나 휘어진 선으로 포착하며 비가시적인 시간성을 물리적으로 시각화하였다. 「obscure face」는 잘리어지 듯 포착된 깜빡이는 눈을 통해 유기적인 신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었다. 최근작인 「obscure fact」에서 드러난 대상은 공구, 칼, 볼펜, 거울 등 일종의 도구성을 지닌 일상 속의 흔한 사물들로 현실 세계에서 무심하게 인식되는 것들이다. 디지털 광학 판에 놓여 빛으로 기록되어 드러난 이러한 사물들은 일상에 가려졌던 존재의 자국을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사용한 지 오래된 공구의 녹이 슨 날과 붉은 색의 손잡이 부분은 그 텍스쳐가 시각적인 촉각성으로 강조되어 동물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키며, 주방에서 이용하던 칼은 날카로운 칼날의 모습이 상실된 채 종이짝처럼 상처투성이인 여린 표면이 되어 시간에 닳고 닳은 흔적들을 드러낸다. 보드라운 털이 달린 볼펜은 핑크색이 빛에 의해 폭발되듯 과장되어 하단부의 'made in China'를 암시하는 글귀와 묘하게 대치되며 이미지가 지시하는 바를 생각게 한다. 투영이 불가능한 어둠으로 가득 한 거울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먼지와 손자국 등 온갖 흔적이 난무하는 거울의 표면이다. 이미지를 반영하는 최초의 도구인 거울은 배후의 불확실한 심연의 공간인 어둠으로부터 표면을 자신의 얼굴로 드러낸다.
이은하_obscure fact_C 프린트_147×107cm_2009
이은하_obscure fact_C 프린트_100×98cm_2009
기존의 스캐닝 연작이 디지털 매체에 내포된 시공간 속에서의 실재와 환영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의 「obscure fact」 연작은 빛의 낙인으로서 사물을 세밀하게 기록해내는 스캐너의 매체적 특질을 극화하며 현실 세계와의 물리적인 연관 관계에서 멀어진 대상의 또 다른 실재를 보여준다. 시공간의 자국을 고스란히 기록하며 과잉된 모습으로 드러난 대상의 모습은 현실적 이데올로기에서 배제된 존재의 사실들이기도 하다. 어두운 심연 속에서 빛의 낙인으로서 얼굴을 드러낸 대상 앞에서 우리는 섬광처럼 지나가는 과거의 시간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며 누적된 표면으로서 응축된 현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갤러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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