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21 YOUNG CREATIVES 한재석 개인전 《피드백커 : 모호한 경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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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4,409회 작성일 21-06-04 16:17작가명 | 한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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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1-06-17 ~ 2021-07-10 |
휴관일 | 일,월 |
전시장소명 | OCI미술관 |
전시장주소 |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2층 |
관련링크 |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ed%95%9c%ec%9e%ac%ec%84%9d-%ed%94… 1954회 연결 |
“첫 번째 메모. 빅스비, 메모를 읽어 줘”
“메모가 00개 있습니다. 안녕 시리, 메모 읽어 줄래?”
몇 쌍의 대화가 오간다. 다종의 AI 스피커가 저마다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어둠을 비집고 형형색색 작은 불빛이 번갈아 반짝인다.
때로는 타이밍이 엇나가고, 소리가 새고, 흐트러진 울림을 잘못 알아듣는다. 옆 커플의 대화와 엮이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본의 아니게 끼어든다. 마치 누군가 잘못 부른 이름에 화들짝 답하듯. 그래도 머쓱한 기색 하나 없이 태연히 말을 잇는다.
미묘하게 오락가락하는 반응 속도와 엉뚱한 대답들로 점점 출렁이는 대화.
횡설수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때때로 시장통이 열린다.
‘피드백’. 이미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되먹임’으로 직역되곤 하는데, ‘잠정적 결과에 따르는 반응’, ‘출력을 입력으로, 결과물을 다시 재료로 투입하는 작용 양태’를 뜻한다. 피드백이 원활하지 못해 업무와 일상 양면에서 고민이 많은 이들을, 무한 피드백의 세계로 인도할 전시가 열린다. 6월 17일부터 7월 10일까지 종로구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에서 열리는 한재석 작가의 개인전 《피드백커 : 모호한 경계자》.
OCI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21 OCI YOUNG CREATIVES 여섯 선정 작가가 오는 6월 중순부터 총 석 달에 걸쳐 차례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 첫 전시인 이번 개인전에서 한재석은 스피커와 TV, 프로젝터와 스마트폰 카메라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피드백 원리를 접목시켜 다양한 작동 양상을 선보인다.
스피커는 진동해, 공기를 떨고 소리를 전한다. 〈Constellate〉에서 스피커의 검고 둥근 진동판이 울릴 때마다, 한가운데에 꽂힌 1m 남짓한 구릿빛 금속 막대가 덩달아 상하좌우로 춤춘다. 막대의 다른 끝은, 천장에서 드리운 또 다른 막대와 닿을 듯 말 듯 마주한다. 관객의 옷깃 바람과 발걸음의 진동에 너울거리던 찰나, 그 끝이 서로 닿는다. 순간, 작은 불꽃이 튀며, 막대를 타고 전류가 흐른다. 스피커는 이 전류로 동작한다. 진동판이 다시 울리고, 잇닿았던 막대는 벌어진다. 전류가 끊기고 스피커는 멈춘다. 너울거리던 막대 끝은, 잦아드는 진동에 기회를 엿보며 재회한다.
〈LIVE Feedback〉의 카메라는 전시장 실황을 실시간으로 SNS에 전송하고, 해당 웹 페이지를 전시장 벽면에 투사한다. 카메라는 그 광경을 다시 포착해 SNS에 전송, 게시를 반복한다. 얼핏, ‘입력과 출력, 그리고 재입력’의 영원에 빠질 법하다. 그러나 사실 완전히 매몰되지는 않는다. 디지털 기기마다 저마다의 작동 알고리즘과 물리적인 한계 대역을 지닌다. 이들이 얽혀, 피드백 속 특정 단계에 이르면, 예측과는 다른 결말로 수렴 혹은 진동(발산)한다. 일종의 ‘역치’를 가진 셈이다. 어느 순간 경직하거나 진동하는, 이 ‘균형 아닌 균형’을 어느 관객이 마주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심코 휘젓는 손짓, 그 작은 ‘파문’ 하나가 균형을 깨고 새로운 무한을 낳는다.
〈Encounter〉에서 캠코더는, 바닥에 누운 TV화면을 촬영해 전송한다. 그리고 전송된 화면을 바닥의 TV에 재생한다. 그리고 그 화면은 다시 촬영의 대상이 된다. 서로를 소스로 삼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어느 한 쪽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상호작용이 중첩한다. 장치의 ‘논리 회로’와, 장치 간 ‘물리 작용’ 사이에서, 서로 내용이 되고 형식으로 작용하며 역할을 뒤섞는다.
이번 전시의 색다른 면모로, 같은 기간 전시장 1층에서 개인전을 여는 정은별 작가와의 협업 작업 〈쿵 하면 흔들리는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장 메인 로비에 늘어선 한재석 작가의 스피커 작업들. 금속 막대 대신, 정은별 작가의 ‘흔들리는 회화’들이 진동판마다 꽂혀 있다. 비교적 일정한 모양의 금속 막대가, 보다 다양한 형태와 한층 불규칙한 배열로 바뀐 셈. 전시장 2층 허공에서 드리운 금속 막대는 단순한 수직선 대신 모빌과 유사한 구조로 얽혔다. 막대 끝이 서로 닿을 때마다, 진동판은 더욱 불규칙한 주기로 제각기 떨고, 금속 막대는 모빌 형태로 이웃한 다른 막대를 뒤흔든다. 두 주체가 주고받는 독립된 채널의 나열에서, 주체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다중/통합적인 거대 채널로 작동 반경이 확장된 셈. 작은 변수 하나가 예상 밖의 전개로 이어지는 피드백에서 과연 어떤 광경이 일어날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제목에서 짐작하듯, 피드백의 반복은 송신과 수신, 디지털과 아날로그, 인공과 자연, 유한과 무한, 형식과 내용의 혼재로 이어진다. 주체를 나타내는 접미어 ‘-er’은, 반복 피드백 시스템을 설계한 시점 이후로는 작품을 포함한 모든 인자가 저마다 피드백 주체로 활약함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모두 주인공이 되는 전시이다.
한재석(Chris Jaesuk Han, 1990-)은 서울대학교에서 조소와 영상매체를 공부하고 시카고 예술 대학교에서 사운드 석사를 취득했다.
2021년 OCI미술관 개인전 《피드백커 : 모호한 경계자》에서는 그의 작업의 근간을 이루던, 기본적인 피드백 물리 구조를 확장하여, 다자 간 반응형 모델 구축을 통한 고도화를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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