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 세 개의 풍경 / 이종구展 / 학고재_HAKGO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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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4,651회 작성일 09-03-11 12:33
전시기간 ~
전시장소명

국토 : 세 개의 풍경

이종구展 / LEEJONGGU / 李鍾九 / painting

2009_0304 ▶ 2009_0426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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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검은 대지-2123_한지에 아크릴채색_162×112cm_2008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_HAKGOJAE
서울 종로구 소격동 70번지 신관
Tel. +82.2.739.4937
www.hakgojae.com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우리 농민과 농촌, 땅과 더불어 사는 이들의 현실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에 내제된 저항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표현해왔으며, 특히 소를 그리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구상회화의 대가, 농민화가 이종구의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지난 2008년은 농민들에게 있어 광우병과 FTA, 쌀 직불금문제 등으로 상처 입은 한해였습니다. 학고재의 이번 기획전에서 이종구는 이전보다 본질적인 상징물을 내세워 삶의 이면구조를 환기하고자 하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우리 농촌, 우리 땅,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작가 이종구의 진실한 눈을 통하여 바라보는 이번 전시는,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보듬어 안음과 동시에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지에 대한 진실하면서도 또한 불편한 향수를 경험하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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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검은 대지-월출_한지에 아크릴채색_97×162cm_2008


이종구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농촌을 중심으로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그들의 외침을 담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 땅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순박하고 진실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기록해야 하기에 그는 비판적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아가 현대의 사회구조를 비판적인 눈으로 통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재된 분노와 저항 그리고 희망을 표현하는 그는 단순히 풍경을 극사실적 혹은 낭만적으로 재현하는 일반적인 구상작가가 아닌 진정한 리얼리즘 작가이다. 

우리나라에서 농민에 대한 관심을 주제를 가진 예술가들은 많이 있다. 문학의 경우, 1930년대 일제강점기와 6.25를 관통하는 1950년대의 해방시기,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을 필두로 한 1970년대 유신시기 등 세 시기에 걸쳐 농민 문학 또는 농촌 문학이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이에 반해 미술은 1980년대나 되어야 꽃을 피운다. 미술가 중 맨 처음 농민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 이가 바로 이종구이다. 우리 미술사에서 이종구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그의 작업 주제는 주로 땅을 일구는 농민들의 정직성, 소외 받는 농촌의 현실, 선도적 지식인들의 농촌 계몽,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농촌의 쇠락과 황폐화 등이다. 서양에서는 밀레·쿠르베 등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사조 등을 통하여 민중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촌의 풍속화는 조선시대부터 존재하였지만 농촌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가는 이종구가 거의 처음이다. 1980년대 독재와 민주화운동의 혼란 속에서 민중미술이 꽃피우던 시기, 이 가운데 이종구가 있었고 ‘민중’이라는 다소 모호한 대상들에서 ‘농민’이라는 보다 명확한 주제를 끄집어낸 인물로 주목 받아 왔다. 

1989년에 흥미로운 조사가 있었다. 1980년대를 마감하면서 10년 동안의 미술계 상황을 정리하고 전망하는 '80년대 한국 미술' 특집이 그것이다. 이 특집에서는 미술평론가 15명에게 각각 가장 주목하는 '80년대의 대표작가' 12명씩을 선정하도록 하였는데, 여기에서 이종구는 단독으로 7표를 얻었다(『월간미술』, 1989. 10). 이는 9표씩을 받은 오윤, 신학철, 임옥상, 황재형에 이어 두 번째 많은 득표로, 그만큼 농민과 농촌의 현실을 중심으로 1980년대를 증언한 작가로서의 이종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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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구_검은대지-무자년 여름_한지에 아크릴채색_180×90cm_2008
▷ 이종구_내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대추리의 기억_한지에 아크릴채색_180×90m_2009


이종구의 작업은 그의 고향 충청남도 서산의 오지리마을에서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고향 땅의 사람들을 통해 현실의 모순과 아픔에 눈을 뜨게 된다. 특히 이종구는 고향을 어린 시절의 향수나 감상 따위가 아니라 농촌현실을 포착하고 재해석하여 화면에 옮기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실주의적 창작태도를 견지하였다. 그의 작업은 농민의 현실에 눈뜨고 농민화가로서 발돋움한 1980~90년대, 구조적 모순에 덮인 땅의 진실을 드러내고 함께 앓으며 그의 ‘국토’ 인식이 확대되어가는 1990~2000년대, 그리고 현장성의 대면을 통한 주장을 벗어나 파편과 상징을 통해 관람자에 의해 재구성되는 상상력을 이끌어내어 범세계적 상황과 연관관계를 파악하고 그 실체를 분해하여 재조합해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3시기로 나뉠 수 있다.

1970~1980년대 - 농촌의 현실에 눈뜨기까지 이종구는 대학재학시절 70년대 모더니즘의 열풍과는 달리 구상화에 강세를 보였던 중앙대에서 수학하였다. 동문수학한 이들은 이후 ‘임술년’ 그룹을 결성하는 주축이 되는데 이런 기반은 그가 현실 비판적 시각에 눈을 뜨고 사실묘사력을 높이는 데 일정하게 기여하였다.

1980년대~1990년대 - 임술년, 그리고 농민화가로의 발돋음 현대의 풍속도와 문명 비판적 리얼리즘의 경향성을 띠던 ‘임술년’에서의 활동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인간'의 문제로 전환하여 가족사와 오지리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과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 그들의 심성과 맞아떨어지는 개인적 정서, 그리고 고향의 변모를 통해 땅과 노동의 진실을 잃어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시선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후반부터 이종구의 현실인식은 보다 확대되어 1980년대 중·후반 사회운동과 밀착된 주제의 작품들이 등장, 훨씬 다양한 주제를 선보인다.

1990년대~2000년대 - 농촌현실에서 사회현실로, 사회현실에서 공간으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종구의 작업은 새로운 질료의 사용, 주제의 다양화 등 색다른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이종구의 회화세계는 악화되는 주변 현실과 국토 인식으로 더욱 확대된다. 상품화되고 황폐화되어 가는 국토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서사적 형식미, 과장을 통하여 드러나는 풍경화들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물·국토·백두대간 등의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자연풍경이 그림의 전면에 적극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는 한정된 범주를 공간과 시간을 늘려 건강한 우리 땅과 인간의 삶으로 확대함으로써, 농민의 초상이나 농촌 현실의 기록적이고 즉각적인 보고에 가까운 그림에서 벗어나 더욱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이 땅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운명을 헤아려보고자 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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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부여-낙화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07


『국토 : 세 개의 풍경』展 - 상징과 파편, 더욱 깊어진 울림 

이종구의 회화세계는 단순한 농민이 아니라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로 농촌현실에 대한 의식의 지평을 넓혔고 민족의 존립위기까지 가져오게 하는 농촌의 몰락을 더욱 절실하게 인식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모더니즘의 늪을 빠져나와 이 시대의 사실주의 작가로, 단순한 고향사람들의 초상화에서 그 문화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기까지, 또 구조적 모순에 덮인 땅의 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국토 인식까지 꾸준하면서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였다. 뿌린 만큼 거두어들인다는 정직한 자연의 순리가 외면당하고 이제는 삶의 자리마저 내놓아야 하는 이 땅의 아픔을 노래한 그는 이 시대 농민의 항의에 걸맞게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종구는 ‘회화의 진실은 곧 대상의 진실’이라는 명제를 깊이 새기고 사는 작가로서 그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 버림받은 농민과 땅에의 애증을 더욱 강한 부정의 미학과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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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풍경-봄,여름,가을,겨울_한지에 아크릴채색_72.5×145cm_2008-2009


이종구의 이번 학고재 전시『국토 : 세 개의 풍경』展은 과거 농민화가로서 사회문제에 날카롭게 질문하고 기록하던 이종구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향 오지리를 통하여 보편적인 우리의 농촌 현실을 표현했던 과거와 달리 근작에서는 모순적 구조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흔적과 상징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은유함으로써 관람자가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상상력에 그의 주장을 위임하고 있다. 그저 단순한(단순하지만은 않은 사회적인) 구상화의 범주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번 근작들의 작품면면을 바라보면 더욱 본질적인 상징물을 내세워 삶의 이면구조를 환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검은 대지」연작에서는 우직한 노동의 상징인 맑은 눈을 가진 소의 모습을 통하여 농부의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과거보다 더욱 깊어진 눈과 사나워진 소의 모습에서 삶의 질곡이 더욱 깊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빨래」연작에서는 이른바 몸빼바지라고 불리는 농촌의 흔한 옷차림들이 고된 노동을 감내하는 농부의 집을 상상하게 하며, 플라스틱용기에 담긴 물에서는 정안수의 그것과 같은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보다 본질적인 상징을 사용해하여 집약된 세계를 표현해내려는 의지는 오지리의 사계를 그린 「풍경-봄, 여름, 가을」연작과 「만월」시리즈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풍경-봄, 여름, 가을」연작에서 저공비행하는 델타항공기와 그 그림자가 들판을 지나고 있는 풍경은 사회현실의 연관 관계를 발견하여 그것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마침내 삶의 표면구조가 드러난 집약된 세계가 된다. 

「만월」연작은 자연에 지속성과 영원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태백산에서부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달밤의 풍경들은 사회구조의 본질과 현실이 역사적 정경에 숨어 적막한 심상으로만 드러나 표현된다. 이러한 근작은 숨 막히게 질주하는 현재의 불안이나 위기를 미리 앓는 자의 미래에 대한 예감이다. 과도해진 사물의 고독, 달밤의 어두움에 본질을 숨기는 모습이다. 현실을 더욱 과도하게 표현한 「검은 대지」·「물」·「빨래」연작과 「만월」연작은 눈으로 보이는 그 이상의 위치에서 미래로 시선을 던지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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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백두대간2 지리산_캔버스에 유채_65×26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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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_백두대간2 지리산_캔버스에 유채_65×260cm_2007_부분


그의 지금의 작업은 역사성의 관점에서 우리 삶과 문명에 대해 허심탄회해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과거 「백두대간」연작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한정된 범주의 공간과 시간을 늘려 건강한 우리 땅과 인간의 삶으로 확대시키려는 과정을 통해 이종구가 바라본 세태에 대한 조언은 바로 상징의 힘이었다. 부분이 집약되어 드러나는 힘을 중요시하게 된 것으로 한 발짝 멀리보고 곧장 실체를 파고들어가는 숙성된 정신체계를 구축하며 나타난 작업이다. 그는 바로 이 상징의 힘을 통하여 이 시대의 모순구조를 통찰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의 최근의 작업들은 단순한 국토 인식이 아니라 범세계적 상황과 연관관계를 파악하고 그 실체를 분해하여 재조합하는, 상층구조로의 진보인 것이다. ■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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