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thomania / 이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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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4,420회 작성일 09-03-11 11:51
전시기간 ~
전시장소명

Mythomania

이다展 / RHEEDA / painting

2009_0213 ▶ 2009_0313 /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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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Bunny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190×110cm_2008


초대일시_2009_0213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홍콩_CAIS GALLERY HONG KONG
UG, 54 Hollywood Road, Central, HK
Tel. +852.2527.7798
www.caisgallery.com






욕망을 (재)생산하는 ‘유사-도상(pseudo-icon)’적 계보학 

이다(Rhee da)는 대중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된 일련의 시각 이미지가,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욕망하는 기계처럼 재현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작가는 (전통적 의미로서의) 화가와 이미지 비평가의 중간 입장에 서서, 유사-인지심리학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도출한다. 대중 매체 이미지는 어떻게 우리의 욕망을 투사해, 우리를 자극하고, 우리는 그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그것을 다시 모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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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chandelier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90×70cm×2_2008


작가는 미술사에 하나의 도상으로 자리 잡은 누드 모델의 포즈나, 성적 이미지에 노출 가능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포르노그래피, 매일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며 일상의 불안을 극대화시켜 역으로 우리를 안심시키는 각종 끔찍한 사건 사고, 혹은 어린 아이들이 갖고 노는 것임에도 어른의 욕망이 투영된 다양한 인형이나 여성 신체를 훤히 드러내주는 수영복과 치마, 성적 판타지를 권선징악의 교훈적 메시지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만화 등 섹슈얼리티와 폭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중 매체의 각종 이미지를 작품의 주소재로 삼아, 이를 시리즈로 작업한다. 롤리타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소녀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거나 테디 인형과 토끼 인형을 들고 표정이 제거된 채 서 있는 「Girlish」, 그와는 달리 루벤스의 작품에 등장할 법한 풍만한 모습으로 도발적인 자세를 취한 여성 이미지를 담은 「World Wide Fat」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대중 매체에서 선택한 이미지를 포마이카나 알루미늄 판과 같은 차가운 재질의 산업용 재료 위에 에나멜을 사용해 균일한 두께의 선으로 단순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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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Doll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160×112cm_2008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혹은 탈맥락화(decontextualizaion) 과정을 거친 이미지는, 일종의 기표로서 작용할 뿐, 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실제 쓰임이나 선정성 및 폭력성 같은 본래 의미를 상실한다. 하지만 좀 더 중요한 점은 이 선들이 새롭게 구축해내는 알레고리적 속성이다. 몇 가닥의 윤곽선으로 단순화된 이미지는 우리가 보길 원하고 소유하길 욕망하는 시각 이미지의 원형처럼 제시된다. 무정한 듯 몇 개의 간략한 선으로 추상화된 형태는 오히려 우리가 끊임없이 원본의 이미지에 집착하도록 한다.


원(原)이미지의 흔적(index)처럼 여기저기 생략되고 끊겨 완전하게 이어지지 못한 선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본래 이미지의 원형을 복원시키게 만드는 이중의 수사학적 전략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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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Doll 2540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160×112cm_2008


먼저 작가가 일종의 도상(icon)처럼 원형화한 이미지는 다시 그 원본의 모습을 재추출하도록 관객을 자극한다. 이때 성적 대상으로 우상화된 여성의 신체에서 이목구비는 제거되어 전형화된 미인의 외모를 지칭하지 않으면서도, 페티시즘을 과장하듯 특정 신체 부위의 선들은 좀 더 복잡하게 강조된다. 이 선들은 마치 스스로 욕망하는 시각 이미지가 태생적으로 갖는 불안과 공포와 상실감에 대한 상징물(物)과 같다. 노란, 연두, 은색, 검정색의 딱딱한 포마이카에 에나멜로 칠해진 단순한 선들은 멀리서 보면 판화처럼 배경에 단단히 새겨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유의 부드러운 물성이 강조됐으며 얕은 층을 이뤄 포마이카에 살짝 얹혀 있어서 쉽게 긁히거나 금방이라도 중력 때문에 흘러내릴 것만 같다.
 

우리가 어떻게 대중 매체에 자극을 받으며, 어떻게 이미지-스크린으로 그 자극을 내면화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인지심리학적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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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Once Upon A Time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190×110cm_2008


작가는 앞선 개인전의 제목으로 ‘아이코닉 메모리(Iconic memory: 자극이 사라진 후에 남는 시각적 인상)’라는 심리학 용어를 사용했다. 또한 공개된 작가노트에서는 일정 자극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 변화의 과학적 연구 결과나, 우리가 보는 시각 이미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개념과 상충할 때 발생하는 의미에 대해 언급하였다. 예를 들면, 전작인 「양머리」, 「여우머리」는 착시와 언어유희를 결합시켜 언어적 이미지로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간략하게 그려진 선의 끝을 따라 큰 원을 돌면 인간의 머리가 그려지고 그 안에 사람의 이목구비처럼 각각 양머리와 여우머리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서 제목의 ‘머리’란 단어는 ‘인간의 머리’와 그 안에 그려진 ‘동물의 머리’ 이렇게 두 개의 의미로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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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_Poodle_포마이카에 에나멜페인트_132×80cm_2008


본 전시의 제목으로 선택한 단어는 자신이 말한 거짓말을 스스로 사실이라 믿는 허언증(虛言症)이란 정신병을 뜻하는, ‘미서매니아(Mythomaina)’이다. 이는 이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가 분명히 원본이 있음에도, 원본이 없는 이미지로서 선명한 윤곽선을 통해 그 이미지의 원형처럼 제시된다는 점, 또한 이때 이미지는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모의된 것, 즉 오리지널이 있으면서 또한 없는 복제된 이미지라는 점에서 적절히 부합한다. 일종의 ‘시뮬레이티드 이미지(simulated image)’라 할 수 있는 이다의 작업은 다양한 대중 매체 이미지를 통해 끝없이 갱신되고 재구성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우리의 욕망을 (재)생산하는 기계처럼 ‘유사-도상(Pseudo-icon)’적 계보학을 구축한다.

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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