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s of Memories_기억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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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트사간 댓글 0건 조회 6,266회 작성일 12-02-20 14:09작가명 | 조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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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12-02-29 ~ 2012-03-13 |
초대일시 | 2012.2.29 오후6시 |
휴관일 | 없음 |
전시장소명 | 갤러리아트사간 |
전시장주소 | 03062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
홈페이지 | www.artsagan.com |
Fragments of Memories_기억의 편린
조 상 지 Jo, Sang Ji
2012.2.29-3.13
갤러리아트사간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69번지 영정빌딩3층
02) 720-4414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69번지 영정빌딩3층
02) 720-4414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100x200cm,2012
서정적 화면에 담긴 내밀한 실존의 확인
김상철(미술평론)
유리를 통해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 공간인 수족관의 풍경들은 작가 조상지의 작업을 지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얼개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수족관의 풍경은 일견 서정과 낭만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화면에서 드러나는 표정은 의외로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정적인 엄숙함을 지니고 있다. 비록 유리라는 투명한 물질로 격리된 수족관이지만 그 폐쇄성은 완고하다. 그것은 외부와 내부를 구분할 뿐 아니라 현실과 이상, 과거와 현재, 가상과 실재와 같은 상대적인 가치를 대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은유와 상징은 바로 작가의 화면이 단순히 육안(肉眼)에 의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심안(心眼)에 의해 읽혀져야 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100x170cm,2011
유리 너머에 존재하는 수족관의 풍경을 표출해내는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표현력은 단연 돋보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는 기교적인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사유의 실체들을 표출함에 있어 대단히 효과적인 공능을 발휘하고 있다. 무채색의 단순한 색감들을 농담을 통해 사물의 형상으로 수렴하고, 이러한 무채색의 전개를 통해 일상적인 수족관의 풍경들을 사변적이고 상징적인 것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침착하고 안정된 작가 특유의 정적인 화면의 깊이는 바로 이러한 운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형태는 취하지만, 그것이 응당 지니고 있을 색채들을 탈색시킴으로써 작가의 수족관은 이미 구상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관념의 공간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를 견인하는 것은 섬세하고 치밀하며 노동집약적인 반복적 작업을 통해 구축해 낸 특유의 묘사력과 표현력이다. 이는 단순히 조형이라는 가치에 앞서 동양회화 특유의 심미특질을 전제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되고 평가되어야 할 덕목이라 여겨진다.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91x116.7cm,2011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91x116.7cm,2012
서로 다른 공간과 사물의 대비를 통한 이중적인 화면의 구조는 작가의 작업에 일관되게 작용하는 조형의 원칙이다. 이는 수족관의
내부와 외부, 흑백으로 묘사된 수초들과 화려한 색채를 지닌 꽃, 그리고 물과 하늘을 구분하는 수평선 같은 내용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중 수초와 꽃은 각별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 것임이 여실하다. 작가는 “꽃은 자아를 상징하는 것이다. 시든 꽃은 타자에 의해 잊혀져 가는 과거이며, 생생하게 피어 있는 꽃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영속되어진 실존적 상징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족관의 물로 구분되어진 이중적 화면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의 은유일 것이다. 또 그 속에서 피고 지는 꽃들은 본래 한 시공 속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양태로 변화한 결과인 셈이다. 작가는 이를 자신을 포함한 주변과의 관계로 설명한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망실되고 또 새로운 관계에 의해 이어지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삶의 역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삶이란 대단히 복잡다단한 인연과 사연으로 얽히며 이뤄지게 마련이다. 시간은 이러한 무수히 많은 우연의 요소들을 결국에는 필연으로 변환시키며 한 인간의 삶을 구성해낸다. 그 무수한 인연들은 때로는 망각되고 때로는 왜곡되어 기억 속에 자리하다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수면에 잠긴 수초들은 바로 망실된 과거의 인연들일 것이다. 그것들은 이미 지난 시간의 결과물들로 이미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없기에 침잠하는 무채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비록 오늘이라는 현실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지만, 그것의 뿌리는 역시 과거에서 비롯되고 있다.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연의 궤적들과, 그것들이 내재하고 있는 극히 인간적인 사연들인 셈이다.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91x116.7cm,2012
자신의 내밀한 경험과 기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반영해내는 작가의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더불어 이를 조형적으로 표출해 낼 수 있는 성실함과 집요함은 충분히 긍정될 수 있는 덕목일 것이다. 안정적인 화면의 운용과 대단히 풍부한 해석과 변주의 여지를 지닌 화두의 확보는 앞으로 작가의 작업에 매우 건강하고 유용한 좌표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재료에 대한 장악력과 소재와 내용에 대한 풍부한 해석력은 작가의 다음 성취를 담보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다음 성취를 기대해 본다.
나를 잊지마세요,장지에 채색,100x170cm,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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