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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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817회 작성일 24-09-30 10:23
작가명 강우솔, 김도후, 김화현, 양승욱, 준 그린
전시기간 2024-09-27 ~ 2024-10-11
휴관일 휴관없음
전시장소명 Garage Under Construction
전시장주소 01077 서울 강북구 수유동 39-55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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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재밌으니까

기간 | 2024. 9. 27. (금) - 10. 11. (금), 휴관없음

시간 | 13:00 - 24:00

장소 | Garage Under Construction(서울 강북구 수유동 39-55 지하)

참여 | 강우솔, 김도후, 김화현, 양승욱, 준 그린

기획 | 김강리 

디자인 | 지선과 미미 

사진 | 한솔 

진행 | 김강리, 지선과 미미, 한솔

설치 | G. U. C. 크리에이티브

주최·주관 | G. U. C.

후원 | 강북구청 

오프닝 리셉션 | 2024. 9. 27. (금) 20:00 - 

※ 오프닝 리셉션에서 강우솔 작가의 퍼포먼스 〈관전플(Voyeur Play)〉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 G.U.C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휠체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장애접근성 향상을 위한 시설 및 서비스에 관하여 부단히 고민하겠습니다. 입장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G. U. C.로 문의 바랍니다. 

※ 전시 연계 워크숍 및 공연이 10월 중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연] 준 그린, 중독을 사랑하는; 2024. 10. 3. (목) 18:30-20:00

[워크숍] 김도후, 내 CP를 퀴어링!; 2024. 10. 4. (금) 18:00-20:00

[워크숍] 양승욱, 퀴어한 장난감, 퀴어한 몸: 장난감과 퀴어 신체 표현; 2024. 10. 5. (토) 12:00-14:00

[워크숍] 김화현, 그림에 제발(題跋) 써보세요 - 재밌으니까; 2024. 10. 5. (토) 15:00-17:00

[워크숍] 강우솔, The Ballad of Washroom; 2024. 10. 5. (토) 18:00-20:00


우리는 항상 외롭고 슬프고 불안하고 우울하며, 자주 아프고 답답하고 화나고 불편하고, 가끔은 무력하고 수치스럽고 망설이고 두렵고 미쳐버릴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늘 힘들기만 했나? 아니다. 때때로 즐겁고 기쁘고 재밌고 새롭고 반가운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가족과 도시와 믿음의 바깥으로 내몰려 온갖 잡되고 상스러운 것들 사이를 파고드는 동안에 느꼈던 활기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만화를 읽고 팬픽을 쓰고 나 자신을 드러내고 노래하는 순간에 우리는 살아있었다. 재밌으니까!


그래서 전시 《재밌으니까》는 우리들의 놀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현대사회에서 놀이는 생산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 아직 생산가능인구에 진입하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에게나 허용되는 행위처럼 여겨지고는 한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의 주장처럼 놀이가 “잉여적”이라면, 그 자체로 관습과 규범으로는 포섭할 수 없는 퀴어(queer)한 삶의 욕망들이 드러나는 자리일 것이다.


김화현은 남성 신체 이미지를 여성적 시선에서 재구축한다. 락음악, 순정만화 등 우리가 열광하는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남성은 어딘가 기묘하다. 이 때문에 남성 신체의 이미지를 빌려오되 남성의 것이 아닌 욕망으로 가득찬 이들은 종종 ‘종이남자’로 불리기도 한다. 작가는 온갖 욕망들이 남성 신체 이미지 위에서 미끄러지며 한껏 퀴어해진 순간을 포착한다.


양승욱은 우리의 몸을 대신하여 움직이는 일종의 투사물로서 장난감을 활용하여 섹슈얼하게 연출한 장면을 촬영해왔다. 더 나아가 〈PLAY TOY - DIY〉(2024)은 지금까지 화면 너머에 존재했던 사물을 관람객이 직접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끄집어낸 작업이다. 우리가 상상해왔던 장면을 구현하고 그 상상을 촉발시킨 복수의 욕망을 공유하며 이를 공공연히 전시함으로써, 가려지고 숨겨져온 것들을 조명한다.


그리고 스스로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모호한 존재성을 탐구하고 드러내는 트랜스젠더퀴어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하는 준 그린. 그는 언제나 구구절절하게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들과 수많은 단어와 문장의 다발로 자신을 해명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트랜지션 전후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Before Daylight〉(2017+2023)을 지었다. 그의 노래는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증명한다기보다, 존재 자체를 드러냄으로서 유희를 정치화한다.


한편, 놀이가 주는 즐거움은 무리를 만들기도 한다. 사라 아메드(Sara Ahmed, 1969~)에 따르면,  즐거움은 다른 이들을 향해 몸을 여는 일을 수반한다고 한다. 특히 “퀴어 즐거움은 단지 성적 친밀성을 즐기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퀴어 몸은 다른 몸에게 자신을 여는 즐거움을 통해 여러 공간에서 ‘모인다’. 퀴어가 함께 모이는 일은 거리, 클럽, 술집,  공원, 집 등 공간에 대한 권리를 되찾는 운동의 모습을 띤다. 퀴어 정치가 이야기하는 희망은 그간 가로막혔던 타자에게로 우리를 더욱 가까이 이끄는 일이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이끌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Ahmed, 2004)


강우솔은 대표적인 게이 크루징 장소로 꼽히는 공중화장실에서 발견한 시퀀스를 재현한다. 그가 재현한 화장실은 더럽고 불결한 동시에 청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동시에 풍기는 공간으로,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오염의 메타포에 포획되는 퀴어의 이미지와 이 도시에서 퀴어의 존재를 깨끗이 씻어내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김도후는 퀴어이자 아이돌의 팬으로서의 경험을 서로 포개어 놓는다. 이 두 경험은 ‘팬픽이반’이라는 단어 위에서 만나는데, 팬픽이반은 팬픽(Fan Fiction)과 이반(異般; 성소수자를 뜻하는 은어)이 합성된 단어로 아이돌 팬덤에서 창작된 서사물과 영향을 주고받는 퀴어를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돌이 퀴어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형태를 알려준다.


우리는 이미 무용한 행위가 가진 생성적인 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당장의 즐거움을 쫓아 보낸 시간들이, 자기통제를 강요하는 정상성 규범에서 지쳐가던 우리를 지켜내지 않았던가? 누군가는 허투루 보냈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그 시간이 우리의 세계를 살렸다. 그래서 전시 《재밌으니까》는 이토록 혼란스러운 우리의 환희를 자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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