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호호작업실 / 유승하_최호철 / 2011_0603 ~ 2011_0627 / 복합예술공간 에무 EMU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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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8,643회 작성일 11-06-19 19:58
전시기간 ~
전시장소명

하하호호작업실

유승하_최호철展   2011_0603 ~ 2011_0627 / 월요일 휴관

 

유승하_에무전시포스터_튀어나가는 아이(고래가 그랬어 표지)_종이에 혼합재료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복합예술공간 에무 초대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복합예술공간 에무 EMUSPACE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81번지 B2
 
낮게 따뜻하게, 그리고 가까이 
 
 재크는 거짓말쟁이다. 콩을 심었더니 구름을 뚫고 올라갔단다. 흥부는 망령이 났다. 박씨를 심었더니 금은보화가 열렸단다. 그렇게 비뚤어진 입들이었지만, 아주 터무니없진 않았다. 무언가 심었기에, 무언가 열렸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하지는 않았다.
유승하_엄마의 경대(한겨레신문 사이사이 2010 발표)_종이에 혼합재료
유승하_토끼와 나(고래가 그랬어 표지)_종이에 혼합재료
유승하_빨래대놀이터_종이에 혼합재료_2007
유승하_아빠는 만화가(우리만화연대 표지)_종이에 혼합재료
유승하_살려줄까말까(표지)_종이에 혼합재료
최호철과 유승하가 한 집에 살면서 종이 밭을 일군 게 열다섯 해란다. 최호철은 스케치북을 들고 산으로 길로 공장으로 싸돌아 다녔다. 그렇게 주어온 것들 중에는 녹슨 고철도 있고, 지하철의 한숨도 있고, 소를 닮은 산도 있다. 어깨 번듯한 사내가 뚝심도 좋다. 그 묵직한 것들을 잘도 심었다. 유승하는 아이 하나 손에 잡고, 아이 하나 등에 업고 이야기들을 캐러 다녔다. 때론 툴툴 대는 아이들 때문에 일찍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꾀많은 여우와 마음 깊은 고양이가 쫄래쫄래 따라왔다. 그것들도 구슬린 뒤 심었다. 
 
 금은보화는 열리지 않았다. 그건 거짓부렁이다. 선녀가 나와 춤을 추지도 않았다. 그건 한낮의 꿈이다. 콩 심은데 콩 났고, 고함을 심은데 고함이 났고, 이야기 심은 데 이야기가 났다. 둘은 그렇게 뿌리고 일구어 거두어낸 것들을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십시일반」한다더니 백 그릇을 만들었다.
최호철_2008년 북아현동 골목길_종이에 혼합재료
최호철_2011년 하남시 초이동_종이에 혼합재료
최호철_2011년 하남시 초이동_종이에 혼합재료
최호철_2010년 성남시 신흥동_종이에 혼합재료
같은 울타리에 나란히 앉아 작업한지 열다섯 해. 두 사람이 '낮게 따뜻하게, 그리고 가까이' 이웃과 세상을 보고 그려낸 작업들이 한군데 모였다. 닮으려면 한없이 닮고, 스밀려면 여지없이 번지고, 자칫하면 뭉뚱그려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런 '부부 작가'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유승하는 여전히 유승하이고, 최호철은 여전히 최호철이다. 유승하의 붓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더 찰져졌고, 최호철의 펜은 혼자 걷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 이웃의 가장 진솔한 시간들이 여기에 두 이름으로 증빙되어 있다. 최호철이 기록이라면 유승하는 대화다. 혼자 바라보는 아련함과 두런두런 나누는 살뜰함으로 떼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이 붙어 있으니 더 따뜻하다. 우리도 그 사이에 엉덩이를 밀어넣고 싶다. ■ 이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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