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Superhill · Super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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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6,088회 작성일 11-01-02 01:58본문
Superhill · Superhero
‘또각’ ‘또각’ 말굽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들의 출현을 알리는 그녀들의 힐 소리다. 그녀들 몸매의 아찔한 선과 패션 코드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힐이 지금 바로 이곳에 있다. ‘지미 추’, ‘크리스찬 루부탱’, ‘마놀로 블라릭’의 화려한 힐들이 연상된다. 이 상표들은 어느새 ‘잇 백’을 찾아 헤매는 패션리스트들 뿐 아니라 우리 여성들을 흥분시키는 보통 명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인기리에 방영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캐리라는 인물의 영향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순간, 그동안 자신이 집을 사고도 남을 돈으로 수십 켤레의 힐을 샀다는 사실을 깨닫는 슈즈홀릭이다. 분명 혹자들은 그런 캐리라는 인물을 사치스럽고 속물적인 여성이라 비난할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싫지 않다. 캐리에게 그리고 그녀가 싫지 않은 여성들에게 힐이란 단순히 속물적 근성을 만족시켜주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그녀 자신들을 화려한 도시의 거리에서의 슈퍼히어로에로의 변신을 가능케 해 주는 패션인 것이다. 즉 힐을 신은 여성의 몸은 평범한, 일상의 나날들을 벗어 난 사이트site, 장소다. 그 같은 이유에서인지 하이힐을 신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거리를 활보하는 캐리의 모습에 우리는 자연스레 "S"라는 엠블렘emblem이 새겨진 의상과 함께 일상의 소심한 모습의 클락에서 남성성과 정의로움을 발산하는 슈퍼히어로, 슈퍼맨으로의 변신을 투사시킬 수 있다. 김민형의 힐의 향연은 도시의 여성들에게 이러한 힐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 된 것이다.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여덟 켤레의 화려한 색상의 힐들은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브랜드 태생의 힐과는 다르다. 앵그르Ingres가 <발패송의 욕녀Valpinçon Bather>(1808)에서 관람객의 시선이 그들을 향해 있는 여인의 오른쪽 귀에서 시작해 어깨선을 걸쳐 발뒤꿈치까지 떨어지게 하여 엄지발가락이 지시하는 욕조에 물을 뿜고 있는 사자 머리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화면에 소리를 담았듯이, 김민형은 힐을 말굽으로 변화시켜 그녀들의 존재를 소리의 이미지로 구현했다. 구두의 힐이 말굽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진열대의 대상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몸의 일부이며 존재의 흔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바닥과 마찰함으로써 들려오는 소리는 다름 아닌 지상을 딛고 서 있는 그녀의 존재이다.
우리는 어느새 이 곳 갤러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녀들의 수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수화기를 대신하고 있는 빨강 구두는 어린 시절에 한번쯤 읽어 본 동화를 우리에게 연상시킨다. 여성의 욕구를 빨강 구두에 투사한 이 동화는 결국 그것이 야기한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동화 아래서 성장한 우리 여성들은 너무나 매혹적인 급기야 자극적인 빨강 힐을 선택함에 있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들은 금지된 욕구를 그녀들 사이의 음밀한 ‘수다’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회에서 주변이었던 그녀들의 수다가 오늘날 여성들의 지위의 부상과 함께 영화, TV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일·사랑·남자·아이를 말한다. 한바탕의 ‘수다’를 통해 그녀들은 자신들의 욕구가 금지된 영역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임을 확인하며, 용기와 위로를 나눈다. 즉 <미녀들의 수다>는 힐과 같이 고독한 이 도시의 삶에서 그녀들의 당당한 행진을 가능케 해 주는 그녀들만의 통로인 것이다.
김민형은 이처럼 대량생산품이자 소비대상인 힐에 현대 여성들의 존재와 생활을 투영하고자 한다. 대량생산품과 대중문화를 하이아트high art의 소재로서의 사용은 팝 아트Pop art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신발에 대한 애정은 아마 김민형의 그것에 필적할 것이다. 캠프벨Campbell 캔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대량생산된 사진들과 같이, 워홀에게 신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아이콘이다. 프레드릭 제미슨Fredric Jameson의 주장처럼, 그의 신발에는 인간 주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상품화된 이미지일 뿐 이다. 여기서 김민형과 앤디 워홀의 다름이 발생한다. 그녀의 힐은 앞 서 보았듯이, 현재 지금 숨 쉬고 있는 여성들의 신체 그 자체이며 여성의 이야기이다. 여성의 모성, 생식기, 사랑의 모습 등이 투영되면서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변형되는 그녀의 힐에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오브제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영역을 인간 존재에까지 확대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초현실주의와 팝 아트가 혼성된 김민형의 힐은 우리시대의 포스트 팝 아트Post Pop art의 한 풍경인 것이다. 이재은(미술사박사,성신여대출강)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여덟 켤레의 화려한 색상의 힐들은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브랜드 태생의 힐과는 다르다. 앵그르Ingres가 <발패송의 욕녀Valpinçon Bather>(1808)에서 관람객의 시선이 그들을 향해 있는 여인의 오른쪽 귀에서 시작해 어깨선을 걸쳐 발뒤꿈치까지 떨어지게 하여 엄지발가락이 지시하는 욕조에 물을 뿜고 있는 사자 머리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화면에 소리를 담았듯이, 김민형은 힐을 말굽으로 변화시켜 그녀들의 존재를 소리의 이미지로 구현했다. 구두의 힐이 말굽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진열대의 대상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몸의 일부이며 존재의 흔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바닥과 마찰함으로써 들려오는 소리는 다름 아닌 지상을 딛고 서 있는 그녀의 존재이다.
우리는 어느새 이 곳 갤러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녀들의 수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수화기를 대신하고 있는 빨강 구두는 어린 시절에 한번쯤 읽어 본 동화를 우리에게 연상시킨다. 여성의 욕구를 빨강 구두에 투사한 이 동화는 결국 그것이 야기한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동화 아래서 성장한 우리 여성들은 너무나 매혹적인 급기야 자극적인 빨강 힐을 선택함에 있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들은 금지된 욕구를 그녀들 사이의 음밀한 ‘수다’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회에서 주변이었던 그녀들의 수다가 오늘날 여성들의 지위의 부상과 함께 영화, TV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일·사랑·남자·아이를 말한다. 한바탕의 ‘수다’를 통해 그녀들은 자신들의 욕구가 금지된 영역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임을 확인하며, 용기와 위로를 나눈다. 즉 <미녀들의 수다>는 힐과 같이 고독한 이 도시의 삶에서 그녀들의 당당한 행진을 가능케 해 주는 그녀들만의 통로인 것이다.
김민형은 이처럼 대량생산품이자 소비대상인 힐에 현대 여성들의 존재와 생활을 투영하고자 한다. 대량생산품과 대중문화를 하이아트high art의 소재로서의 사용은 팝 아트Pop art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신발에 대한 애정은 아마 김민형의 그것에 필적할 것이다. 캠프벨Campbell 캔과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대량생산된 사진들과 같이, 워홀에게 신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아이콘이다. 프레드릭 제미슨Fredric Jameson의 주장처럼, 그의 신발에는 인간 주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상품화된 이미지일 뿐 이다. 여기서 김민형과 앤디 워홀의 다름이 발생한다. 그녀의 힐은 앞 서 보았듯이, 현재 지금 숨 쉬고 있는 여성들의 신체 그 자체이며 여성의 이야기이다. 여성의 모성, 생식기, 사랑의 모습 등이 투영되면서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변형되는 그녀의 힐에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오브제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영역을 인간 존재에까지 확대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초현실주의와 팝 아트가 혼성된 김민형의 힐은 우리시대의 포스트 팝 아트Post Pop art의 한 풍경인 것이다. 이재은(미술사박사,성신여대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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