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막이 오를 때 볼연지로 화장한 발그레한 진달래 살내음 아리송해 자박자박 걸어오는 애숭이 바람, 천공엔 또록또록 톡톡 튀는 빗줄기 퍼붓는 구름의 질투, 봄의 유혹은 아지랭이 사랑 미완…
산다는 것의 쓸쓸함 달걀 섬에 착지한 장님처럼낮은 바람에도 소스라치던 미욱한 삶이었다 무산 계급의 내가 해야 할 일은 거꾸로 된 세상을 거꾸로 보는 연습이었다 백로 만나면 검다하고까마귀 만나면 희다하기란 …
비오는 봄 밤에 상념들 사이로 내 얼굴이뚝 떨어집니다. 할 말 잊은눈동자만 이슬이 서려 있습니다. 담장 아래 파릇한 새순초록빛 번지어 가로등 머리 위로보내 오고 있습니다. 쑥국 쑥국 쑥잎 돋아 나는 소리입니…
메밀꽃 우레가 치고 폭우가 질 때풍경이 울지 않아도두려움에 떨지 않겠습니다 칠흑 같은 인습에도조강지처 나즉한 웃음대쪽같은 절개를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건긴 세월 침묵에도순결할 수 있음입니다 맨살의 안개깊은 밤 달…
사랑의 이름으로 이 화사한 계절에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거든 서로 상처받지 않을 거리에서더욱더 고독해지는 연습을 하십시오 사랑은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서로 낮추며 영혼 속으로 들어가 진실의 문을 두드리며&nbs…
아카시아가 필 무렵 설레이는마음 흡입하여 꽃속에 알알이 매다네 몽환적인 사랑주렁주렁 담고 미소짓는 그대 모습빛부심으로 황홀하네 숲속에 새들노래하는 위로 바람은 꽃잎 물고 나는데꽃향기는 산속에 젖어 드네&…
그렇게 나는 살아있다. 목향..홀라리오페페..천리향..소브인디아.. 산호수..아라오카리아..긴기아나..고도소피아.. 쟈마이카..홍선인장..치자..사랑초..바이올렛... 내 정원에는천리향, 치자 보다 긴기아나의 향기가…
낡은 그림 속의 비밀 거기 길이 보인다는 것혹은 흙먼지 긁은 바람소리 뿐이라는 것그 깊은 비밀을 몰래 꼭 붙든 채 딱딱한 네모진 바닥에종이단 받쳐 애써 참는 그림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말 없는 午後길 끝은 우거진 풀떨기에…
저 산너머에서는 봄바람 속에는유년의 조약돌같은 추억이 함께 묻어 오더라병정놀이, 소꿉놀이 아삼하고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누이의 젖가슴같은 연두빛 파도가 밀려 오기도 하고 어머니 속곳같은 배추흰나비날아 오르…
목련 어머니 가슴살을 더듬는 아가 손 같이목련 꽃 활짝 핀 허공에서도 순결한 뜻이 풍긴다 솜털 은밀한 고치 속에 기다림 마저날이 밝기도 전에 환한 목련의 하루는울긋 불긋한 꽃 동산 어디서나 압권이다 권위있는 나무 집에 태어나…
삶의 먼 발치에서 삶의 먼 발치에도벌은 윙윙 울어나는 혼자 있어도 겁이 없어라 인생은 어디로 향해 있기에절레 절레 고개 흔들며 구겨지는 마음 두고 갈것은 아예 두고 왔느니돌아 설 까닭이 없다마는 산은 차분히 길을 내…
선착장에서 보는것만으로도 시린 겨울바다는온몸으로 물너울을 일으키며찬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이름 모를 어부의 배 한척이적막한 겨울바다 한귀퉁이에서 물너울에 온몸 실어 깊은외로움을 밀어내듯 한다 허름한 선착장 주변 입간판…
벚꽃 길 벚꽃이 붐비는 기억에 무게를 실어주는 시절은 갔어도마음은 꽃 단장을 했음직하다 즐거워서 걷던길도끝에 가서 뒤 돌아보면보는 이 없는 아름다움에 아쉬움이 짙다 벚꽃나무는 길을 열어 명성을 얻고무리 지어 더욱 돋보이기로화…
방황하는 도시 지상의 작은 성곽이 번개처럼 번쩍이며울부짖는 소음은 온 밤을 부수며 광란으로 몸부림친다 머무를 수 없는 거리에 이방인의 외로움은어느 불빛도 잡을 수 없어천상과 지상의 불협화음에 눈, 귀 어두워 지고 갈길 찾지 …
목련꽃 지던 날 바람이 들추어낸 치맛폭 안으로 꿀벌 한 마리 졸라대며 동거 하자더니 단물 빨아먹고 미련없다 떠나네 기진맥진 목련꽃 달빛에 젖어울다 한 세상 저 멀리 윤회의 길 떠나는데 나는 …
강가에 나온 버드나무 버드나무는 긴 겨울잠에서 뜨지 못한 눈 깨어나 초롱초롱 눈 달고 입을 열어 종알거린다 조용히 흐르는 물저들끼리 재잘거리는데 강가에 나온 버드나무반갑다고 길게 내민 손끝에 사랑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