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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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토박 조회 69회 작성일 26-06-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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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금호강은 자호천, 고촌천 등 모두 17개의 제1지류와 31개의 제2지류, 그리고 3개의 제3지류가 합수하여 형성되는 낙동강의 제1지류이다. 길이가 약 45km인 강을 따라 넓고 길게 자리한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각종 농작물의 재배지로 시민들에게는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금호강을 따라 자리 잡은 공단들은 대구의 산업 발달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강을 따라 낚시, 산책, 조깅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여가와 휴식을 위한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금호강의 중류에 대구의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는 수성구 가천잠수교로부터 강의 물길을 따라 동구 화랑교까지 약 5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전체의 면적이 220만m2에 달하는 띠 형태의 하천형 습지이다. 이곳의 조류는 대부분이 오리과 Anatidae 겨울 철새이고, 특히 절벽인 하식애 아래로 형성된 100년 이상의 왕버들숲과 여울이 있어 수리부엉이, 삵, 수달 등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중요한 보존구간이다.
최근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추진하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중 하나로 단절된 산책로 연결을 위한 보도교 건설 공사를 계획하였고 환경의 훼손을 고려하여 설계까지 변경되었으나 지금은 일시 중단되고 여론의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는 시민들의 보행 편의를 위한 개발과 생태환경의 보존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여론 수렴의 결과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태계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구시는 환경부에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는 자연과 사회 속에서 끓임 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소멸의 궤적을 기록해오고 있다. 시간의 흐름과 개발의 논리 속에서 잊히고, 밀려나며, 결국은 흩어지는 존재들의 흔적을 잡아둔다. 팔현습지의 기록 역시 소멸의 위기 앞에 놓인 위태로운 생태계에 대한 묵도이자 생명의 맥박이 뛰고 있는 그들과의 긴밀한 눈 맞춤이다. 팔현습지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틀고(작년 5월 중 수리부엉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이곳에서 보이지 않음)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기대어 숨 쉬고 있는 생명의 터전이다.
습지에는 강변의 흐드러진 꽃 무리, 물결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춤추는 진녹색의 수초들, 바위 곁을 고요히 지키다 비상하는 왜가리, 풀숲 사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고라니, 버드나무와 그 아래 얽혀 있는 잔가지들의 투영된 데칼코마니, 습지 가운데 자리 잡은 초록빛의 비오톱, 말라붙은 나무와 풀밭 사이에 솟아오른 두더지의 흙더미들, 물속 바위 위에 올라탄 가마우지의 역동적인 모습, 그리고 공사를 위한 붉은색 플라스틱 드럼통과 ‘No 23’ 빨간 깃발은 마치 COP23의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공사와 시민들의 습지 교란으로 생긴 인위적 소멸이 아닌 개발의 유보를 넘어 온전한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확정되기를 바라는 시각적 선언이다. 생명은 습지 안에서 외부의 간섭없이 자연적인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어야 하며, 자연이 훼손의 굴착기 앞에서 파괴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단단한 방파제가 되어주길 바란다. 지난겨울 누군가 눈 위에 맨손으로 새긴 ‘팔현습지를 지켜달라’는 간절한 표현과 햇살 내리는 이른 아침에 마주한 고라니의 맑은 눈빛을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러한 기억의 파편들이 박제로 남은 과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재와 미래로서 우리 곁에 함께 머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