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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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05 조회 1,409회 작성일 26-05-21 11:10숲을 지나 바다 : 지금, 환기와 정화
숲을 지나 바다를 걷고, 바다와 새를 관찰하며, 백사장에 버려진 것들을 찾아 줍는 행위는 단순한 산책이나 수집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금’에 머무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눈앞의 풍경, 손에 닿는 사물, 스쳐 지나가는 생명들에 집중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감각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지금, 여기에 집중’은 매 순간의 경험과 감각에 완전한 주위를 기울이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맞닿는다. 생각의 소음을 줄이고 내면을 환기시키는 과정으로 머릿속에 쌓여 있던 감정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마음은 점차 맑아지고 정화된다. 다시 말해, 체험적 인지 행위는 내면을 환기시키고 정화한다.
‘숲을 지나 바다’는 이러한 정화에 이르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숲은 복잡하고 울창하며 때로는 길을 잃게 만드는 공간이다. 반면 바다는 탁 트인 시야와 수평선,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도의 리듬을 통해 정화와 회복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숲을 지나 바다로 향하는 여정’은 고난을 통과하며 점차 자신을 비워내고, 결국 맑아진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확장된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상자가 잠시 멈추고 ‘지금’을 감각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작가가 경험한 시간과 감각이 작품 안에 응축되어 있고, 감상자는 그것을 마주하며 자신의 현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즉, 전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전달하는 동시에, 감상자에게도 내면을 환기하고 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지점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보다, 우리가 지나치고 있던 일상 속 감각을 다시 드러내는 사람이다. 숲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사소한 것들을 주워 올리는 행위를 통해 익숙한 순간을 새롭게 경험하게 만드는 것—그것이 바로 작가의 역할이다.
- 배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