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hanted Land》주지수展

《Enchanted Land》주지수展

페이지 정보

작성자 art 조회 1,662회 작성일 26-05-20 12:40
작가 주지수
기간 2026-05-20 - 2026-05-31
초대일시 2026-05-20. 17:00
관람시간 14:00 ~ 19:00
장소 언바운드(UNBD)
주소 05618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32 B01
관련링크 https://www.unboundart.xyz/ 76회 연결
관련링크 https://www.instagram.com/unbd_art 96회 연결
좋아요 0

작가 ▶ 주지수
일정 ▶ 2026. 05. 20 ~ 2026. 05. 31
초대일시 ▶ 2026. 05. 20. 17:00
관람시간 ▶ 14:00 ~ 19:00

언바운드(UNBD)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32, B01
info@unboundart.xyz
www.unboundart.xyz
www.instagram.com/unbd_art









● Enchanted Land :: 주지수展

최수연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세상의 종말 혹은 파멸을 뜻한다. 이 단어는 ‘베일을 벗기다’, ‘숨겨진 것을 드러내다’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아포칼립시스(ἀποκάλυψις)에서 기원했다. 아포칼립스가 감춰져 있던 세계의 구조가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 가깝다면, 주지수의 작업은 바로 이 ‘드러냄’의 행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즉 인류 멸종이후의 풍경을 그려왔다.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베일을 한꺼풀 벗겨내, 그 자리에 살아 숨쉬던 생명과 물질의 관계를 포착한다. 미생물부터 폐건축물, 문명의 흔적만 남은 도시, 낯설게 변형된 자연 등 인간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있는(을) 모든 요소가 작업의 소재다. 오늘날 빙하가 녹고 바다가 끓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멸종’이라는 화두가 그리 드문 것은 아니지만, 주지수에게 인류의 부재는 인간 활동이 초래한 새로운 풍경을 열어젖히는 조건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이 깃들어 있다. 해양과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과 미국 시골 마을에서 경험한 자연 친화적 삶은 작가가 탈인간중심주의적 사고를 지니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학창 시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어느 쪽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타자와 주변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태도를 체득했다. 이러한 관찰자적 시선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스며있다. 작가는 도래할 미래를 파괴적이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제시하는 대신, 가치 판단을 유보한 채 사진찍듯 장면을 화폭에 담아낸다.

주지수는 이 장면이 “기이하고도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그 이질적 감정의 기저에는 사라진 인류를 뒤로하고 살아남은 비인간 존재에 대한 경이와, 멸종을 전제한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시대적 불안이 교차하리라. 그가 묘사하는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맥락을 알기 전까지는 그것이 평범한 풍경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령 (2025)와 (2025)에서 땅-하늘-대상(자연물 혹은 인공물)으로 단순화한 화면 구성이나 대상의 일부를 클로즈업한 구도는 장소의 특정성을 지우고, 이미지로서의 풍경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2024)와 (2024)에선 색채가 눈에 띈다. 산성화로 붉어진 토양, 대기 오염으로 물든 주황빛 하늘은 재난의 징후를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화로 둔갑한다. 그러나 붉은 색조는 따듯함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불안과 파괴와 같은 강렬한 감정을 지시하기도 한다. 작가는 작업 전반에 걸쳐 붉은 색조를 즐겨 사용하는데, 이는 하나의 장면에 매혹과 위험, 황홀감과 멜랑콜리가 공존하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한편, 주지수의 그림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단서는 붓질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빠르고 과감한 붓질로 덧칠을 최소화해 문명의 휘발성과 속도감을 화면에 각인하는 동시에, 평면의 납작함을 의도적으로 강조해 그가 묘사한 풍경이 허구의 이미지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동굴 풍경을 그린 연작은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작 (2026)는 천장에 달린 종유석과 이것이 바닥에 떨어져 만들어진 석순이 경관을 이루는 장면을 담았다. 인간의 생애나 문명의 발전 속도와는 무관하게 쌓아올려진 이들은 그 자체로 오랜 시간의 누적을 상징한다. 두 소재의 형성 방식도 의미심장하다. 종유석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석순은 아래에서 위로 쌓인다. 이 상반된 운동은 해체와 구축, 분해와 결합이라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도나 해러웨이가 생물학의 ‘자체생성’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며 실상 세포 하나가 살아남으려면 주변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물질이 오가야 한다고 역설했듯, 동굴 속에서 반복되는 생멸의 사이클은 세상 그 무엇도, 그 누구도 홀로 존속할 수 없다는 현실의 자각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최근 뜨개로 만든 태피스트리작업을 새롭게 시도했다. 빈티지 액자에 작은 텍스타일을 결합한 (2025)는 회화를 태피스트리와 입체작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여정의 중요한 시발점이다. 액자는 과거의 기억이자 시간의 땟국이고, 액자에 엮인 텍스타일은 반복 노동으로 만들어진 현재적 물질이다. 서로 다른 시간성이 한 화면에 중첩된 이 작품을 인류 멸종의 세계관으로 보면, 액자는 정지된 문명을 품은 지구 행성이며 텍스타일은 이곳에 새롭게 도래한 외계 생명체로 읽힌다.

회화의 공간적 확장 가능성을 감지한 작가는 <비정형적 문양들>(2026)에서 태피스트리작업을 본격화했다. 전시장 한쪽 벽에 길게 늘어뜨린 이 작품은 회화의 붓질을 씨실과 날실의 직조 구조로 전환해 작가의 세계관을 보다 물질적으로 탐구했다. 각양각색의 실이 일정한 패턴 없이 서로 얽히고 침투하는 화면은 인류 멸종 이후의 풍경을 응축한 ‘진액’이다. 인간의 병폐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알록달록하게 물든 지구에서 색상만 추출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작가에 따르면 빠른 붓질로 그려진 회화가 문명 해체의 속도를 포착하는 시도였던 반면, 한 땀 한 땀 수놓은 태피스트리는 축적과 반복으로 형성된 또 다른 세계다. 그렇다면 이 작품 앞으로 놓인 작은 조각 (2025)는 포스트-아포칼립스에서 새롭게 증식하는 비인간 존재다. 식물, 촉수, 균사체, 세포 조직 등을 연상시키는 조각은 박제되었다기보다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자라나고, 변이하는 상태로 보인다. 이는 작가가 세상을 인식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주지수의 작업은 인류 멸종 이후의 세계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축으로 재구성한다. 회화는 인간 문명이 정지한 후에도 어김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태피스트리는 그 시간을 토대로 새롭게 형성된 공간을 드러낸다. 결국 작가에게 포스트-아포칼립스는 종말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필터를 벗긴 ‘현재’다. 나는 그 안에서 우리가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얼굴을 상상해 본다.


* 2026 언바운드 창작거점 프로젝트

언바운드는 동시대 예술가와 그들의 작업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와 공연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예술 향유의 장으로서, 다양한 실천과 언어를 가진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발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왔습니다.

《2026 창작거점 지원 프로젝트》는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예술 창작 활동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언바운드는 예술가가 더욱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위해 공간 대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보고자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a651733d7f539dd2ae7c446babd101d2_1779248359_4351_qZaMvAtElUjw.jpg

▲ 주지수, enchanted place 4, 2025
장지에 채색 182 x 233.8 cm




 


a651733d7f539dd2ae7c446babd101d2_1779248374_0512_47ZQfxFTHvpmqE.jpg

▲ 주지수, Tree, 2024
장지에 채색, 90 x 116.8 cm



 

a651733d7f539dd2ae7c446babd101d2_1779248385_3933_lC9zz9I4B2.jpg 


주지수, Squiggly Series, 2025
 



주지수


2025 성신여자대학교 일반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2022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서비스디자인공학과 졸업


개인전

2024 Born from the Ground 석사학위청구전, 성신여자대학교 난향관 파이룸, 서울

2023 6378별, 라운디드플랫, 서울


그룹전

2025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60주년 동문전, 마루아트센터, 서울

2024 성신 동양화회, 인사아트센터, 서울

2024 Death in My Pocket - 내 주머니 속의 죽음,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서울

2023 Laf calling, 아트스페이스 라프, 서울

2023 3인칭 지구, 노들섬 노들갤러리, 서울

2023 물드는 산, 멈춰선 물 - 전남수묵비엔날레, 비엔날레 3관(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목포

2023 흔적의 풍경들, 국회아트갤러리, 서울

혼합채료, 가변설치

전시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