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 개인전: Lucky Protoc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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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656 조회 2,401회 작성일 26-04-17 12:26■전 시 명 : 《Lucky Protocol》展
■전시기간: 2026년 04월 22일(수)―04월 26일(일) 10:30―17:30
■전시장소: CICA미술관 갤러리 3-A(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삼도로 196-30)
■주최∙주관: 지행
■전시협력: CICA미술관
■디 자 인 : 지선생
보이지 않는 것은 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꿈, 행운, 돈, 미래처럼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기대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지행의 개인전 《Lucky Protocol》(2026)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왜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믿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지를 돌아본다. 작가는 작년 개인전 《Protocol》(2025)에서 감정의 잔여와 축적의 구조를 탐구했다. ‘프로토콜(protocol)’은 원래 정보 전달의 규칙이나 정해진 절차를 뜻하는 말이지만, 그는 이를 감정의 세계로 옮겨와 쉽게 설명되지 않는 내면의 흐름이 어떻게 삶 속에 흔적과 구조로 남는지를 살펴보았다. 영수증 위에 붓질을 쌓아 올리며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축적된 흔적으로 남는다는 점을 회화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Lucky Protocol》은 그 문제의식에서 더 나아가 감정 이후에도 인간을 움직이는 기대와 예감, 믿음의 구조를 바라본다.
이번 전시의 제목 《Lucky Protocol》은 ‘행운’과 ‘프로토콜’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의 언어를 결합한다. 예측할 수 없고 설명하기 어려운 행운조차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믿고 기대하며, 마치 하나의 규칙처럼 받아들인다. 특히 아시아 문화권에 널리 퍼진 “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사야 한다”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 징조를 현실의 행동으로 옮기는 하나의 삶의 방식처럼 작동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며,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희망과 가능성에 마음을 기대는지를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 로또 용지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로또는 숫자와 확률의 체계를 따르지만, 동시에 행운과 우연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매개이기도 하다. 그는 이 로또 용지 위에 이미지를 그려 넣으며 계산과 믿음이 만나는 지점을 화면 위로 옮긴다. 이때 화면 위에 남겨지는 붓질의 흔적은 로또 용지에 번호를 표시하는 마킹의 표식과 닮아 있다. 두 행위 모두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이지 않는 결과를 향해 조용히 표식을 남긴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그렇게 화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기대와 선택, 믿음이 겹쳐진 흔적의 장이 된다.
전시의 중심에는 용의 형상이 등장한다. 용은 동아시아에서 오래도록 힘과 기운, 상승을 상징해온 존재이지만, 누구도 실제로 본 적 없는 상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양화의 이미지를 참고해 용을 그리되, 얼굴은 일부러 그리지 않고 몸통과 발톱, 손톱 같은 일부만 드러낸다. 이는 용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인간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믿고 상상해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방식이다. 이때 용은 단순한 전통적 상징을 넘어, 실체보다 먼저 믿어지고 욕망되는 존재의 형식으로 읽힌다. 이 전시에서 용, 꿈, 복권, 돈은 서로 완전히 다른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아직 눈앞에 없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하고, 믿게 하며,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지행은 이러한 연결을 통해, 우리가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며 어떤 희망과 상상을 붙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Lucky Protocol》은 단순히 행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전시는 작년 《Protocol》이 감정의 흔적을 따라갔다면, 그에서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믿는 마음과 그 믿음이 삶을 움직이는 방식을 회화로 풀어낸다. 결국 지행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기대와 상상,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