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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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pace167 조회 1,461회 작성일 26-05-07 17:53우리는 늘 어떤 ‘사이’에 놓여 있다. 이미 지나온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무너지기 직전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 사이에서 삶은 종종 멈춘 듯하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는 이러한 중간 상태에 대한 감각을 다루는 전시이다.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상태, 그러나 분명히 감지되고 있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강윤주는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공기를 응시한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구체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게 하는 신호에 가깝다. 형태는 분명하지만 그 너머는 쉽게 드러나지 않고, 존재와 부재는 하나의 경계 위에서 긴장을 형성한다. 이는 <백지 뒤에 숨은 사람>과 같은 작업에서 드러나듯,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머무는 것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무언가 시작되기 직전의 망설임과 다가올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작가의 화면 속에서 차분하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유지된다. 작가는 삶과 죽음, 위와 아래, 생성과 소멸과 같은 대립적 개념들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한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색해왔으며, 최근에는 ‘문지방 밟지 마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등의 속담과 같은 익숙한 요소들을 통해 그 경계를 더욱 일상적인 감각으로 확장한다.
홍유민은 시선을 내부로 돌린다. 그의 작업에서 ‘방’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인식이 생성되고 축적되는 구조이다. 사라졌다고 여겨진 감정들은 소멸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아 반복적으로 현재에 개입한다. 작품 속 인물과 사물들은 이러한 잔여를 드러내며, 감정은 해소되기보다 축적되고 변형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파열음>은 제거할 수 없는 부조리와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소심인의 집>은 감각의 과잉과 발화의 지연이 만들어내는 구조를 드러낸다. ‘소심인’이라는 명명은 개인의 내면 상태를 넘어 사회적 위치와 관계의 문제로 확장되며, 익숙한 감정과 관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지점에 닿는다. 삶과 죽음, 불길함과 생존, 붕괴와 유지 사이.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분명히 감지되고 있는 순간들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는 그 지점을 서둘러 지나치지 않고 잠시 머물러 바라보는 시도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음을 준비하게 된다.
